태영호 탈북 후 첫 영국 방문…"22년만에 들어와본 한국 대사관"
국감 위해 6년 만에…"북한 여권으로 다니던 히스로공항에 한국 여권으로"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주영한국대사관 앞을 지나다니면서 언제 한 번 들어가 볼 수 있을까 했는데 22년 만에 드디어 왔네요."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11일(현지시간) 오전 주영한국대사관에서 개최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시작하며 "매우 뜻깊은 날"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태 의원은 2016년 8월 한국으로 망명하기 직전까지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했으며, 이번 영국 방문은 탈북 후 처음이다.
그는 "2000년 12월 영국과 북한 수교 협상을 위해 처음 영국에 왔을 때 영국 외무부 직원들이 북한 대표단을 데리고 한국 대사관 앞을 지나가며 '이제 북한 대사관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 이후 영국에 근무하며 한국 대사관 앞을 자주 다니면서 저 안에 언제 한 번 들어가 볼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22년 만에 왔다"며 "일반 방문도 아니고 국정감사로 와서 아주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2001년 행사장에 갔는데 당시 주영 한국대사가 북한 외교관들이 구석에 있는 것을 보고 다가와서 손을 꼭 잡고선 '우리 대한민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으니 통일을 하자. 10년이면 되지 않겠나'라고 해서 우리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직도 분단 상태가 지속돼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국감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런던 히스로 공항에 북한 외교여권을 갖고 드나들었는데 이번엔 대한민국 여권을 갖고 왔다"며 "나에게 국회의원이라는 과분한 직분을 주고 공관을 국감하게 선택해주신 국민에게 감사한 마음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히스로 공항을 통과할 때 가슴이 두근두근했다"며 "영국 컴퓨터에 내가 북한 외교관으로 등록돼있었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올까 싶었지만 문제는 없었다"며 웃었다.
북한대사관이나 옛날에 살던 집 등에 가보고 싶은 생각은 없냐고 물으니 "일정이 빡빡해서…"라며 "남북한 외교관을 골프로 화합시킨다는 꿈을 갖고 골프를 가르쳐줬던 코치 등 지인들과 영국 내 탈북민들은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태 의원과 영국의 인연은 오래됐다. 2차례 8년간 영국에서 근무했으며 주영 북한대사관 개설 때도 참여했다. 영국과 북한 수교 협상 때 함께 했던 영국 측 통역이 현재 주한 영국대사다.
그는 주영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로 "남북이 빨리 평화롭게 통일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될 날이 꼭 올 테니 아이들 영어 공부 잘 시키고 건강하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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