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네이버…성남특혜의혹·주가추락·정치권압박에 긴장

입력 2022-10-12 06:03
수정 2022-10-12 09:49
'내우외환' 네이버…성남특혜의혹·주가추락·정치권압박에 긴장

직원들까지 압수수색 받자 '당혹'…국회는 연일 '문어발·내부거래' 질타

야심찬 美기업 인수는 주가하락으로…차별대우 등 사내 '뇌관'도 불안

네이버 경영진 못 부르는 국회에도 '의심 어린 시선'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임성호 기자 =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안팎으로 위기에 처했다.

검찰이 본사 사무실을 넘어 직원들까지 압수수색 하며 수사를 확대 중이고, 정치권에서는 1조 원대 내부 거래와 동의의결 제도의 악용 등 경영 행태를 연일 질타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결단한 대규모 투자는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주가가 연초 대비 반 토막 났다. 여기에 노조까지 계열사 노동자의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처럼 사방팔방에서 공격이 들어오니 '사면초가'에 가까운 상황이다. 네이버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지만,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악재들에 당혹한 듯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 성남FC 후원금 의혹…좁혀드는 검찰 칼날



12일 IT 업계와 수사 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2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네이버 본사 사옥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이미 지난 5월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고 무혐의로 결론을 낸 사안을 검찰이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라 네이버는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간 만큼 향후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와 기소가 이어질 가능성이 이전보다 한층 더 커진 상황이다. 더욱이 검찰은 지난 6일 네이버의 증거 인멸 정황을 포착해 일부 직원의 자택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까지 하며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업계와 정치권 등에서는 검찰이 이 정도로 적극적인 수사에 나설 정도라면 뭔가 결정적 정황을 포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이번 후원금 스캔들에서 네이버의 관련성이 드러난다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네이버는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후원금 약 40억 원을 내고 성남시로부터 제2 사옥인 '1784'의 건축 허가를 포함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네이버는 공익 법인인 '희망살림'을 통해 후원금을 우회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의 희망살림에 대한 후원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최수연 현 네이버 대표이사를 일반 증인으로 부르려 했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후원금은 광고비와 달리 이사회 의결 사항이며, 후원금 사용에 대해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당시 내부 통제 절차를 거쳤다면서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

또 네이버는 직원들의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해선 "5년 전 자료를 현재까지 유지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 문어발식 확장 지적…"1조원대 내부거래·동의의결 악용"

정치권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외생 악재다. 여야는 네이버가 내부거래와 동의의결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중소 사업자와 상생하기보다는 계열사와의 거래를 늘리고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번 국정감사 내내 쏟아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업집단 네이버의 내부거래 금액은 작년에 1조1천503억6천900만 원이었다.

4천960억600만 원이었던 2017년과 비교해 무려 2배가 훨씬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짧은 기간 내부거래 규모가 급증한 것은 네이버 계열사 수 증가와 연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계열사 수는 2018년 45개, 2019년 42개, 2020년 43개, 작년 45개로 주춤하다가 올해 54개로 크게 늘었다.

국감 때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내부거래 증가에 대한 따가운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이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를 상대로 일감 몰아주기, 과도한 할인, 저금리 자금 지원 등 부당한 내부거래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국회가 이런 상황에서도 네이버 경영진을 평상시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는 물론 국감에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상황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뭐가 걸리는 게 있길래 네이버 하나 못 부르냐" 등의 비판을 내놓고 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특정 기업집단이 시장 지배력을 갖는 사업 영역이 과도하게 넓어지고 동일 기업집단 내 내부거래가 확대하는 흐름은 경쟁 촉진과 상생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네이버 손자회사이자 리셀 플랫폼인 크림은 자전거래 의혹을 받고 있으며, 특히 네이버는 공정위의 동의의결 규제도 악용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안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네이버가 동의의결에 따라 피해자 구제에 사용해야 할 약 300억 원을 자사 배너와 광고 활동에 썼다"고 꼬집었다.

◇ 야심차게 美패션기업에 2조원 투자했지만…시장 반응은 싸늘

네이버는 지난 4일 미국 패션 플랫폼인 포쉬마크를 2조3천441억 원에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였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발표 당일 네이버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17만 원대로 내려앉았고, 지난 11일에는 15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말 주가가 37만8천5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50%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 기간 네이버 시가총액은 약 62조 원에서 반 토막 났다.

증권가에서는 뚜렷한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가격에 인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황현준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이커머스, 광고 등 2020∼2021년 네이버의 외형을 이끈 요인들이 최근 약해지고 있고 여기에 비용 부담까지 가중돼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가치가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가 단기적으로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탓에 최수연 대표는 인수 발표 당일 언론 간담회를 통해 미국 진출과 글로벌 경영에 대한 청사진을 밝히려던 의도는 무색해지고 급락한 주가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최 대표는 "심려하지 말라"며 투자자들을 달랬지만, 국내외 반응은 그를 신뢰하지 않는 듯하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신용평가는 네이버가 포쉬마크 인수로 "차입금 레버리지가 다소 증가할 것"이라면서 신용 등급 유지 여력이 감소할 것으로 평가했다.

심지어 일부 임원은 포쉬마크 인수 발표를 앞두고 보유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임준현 책임리더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총 815주를 장내 매도했는데, 이 중 575주는 인수 발표 전인 지난달 23일과 28일 처분했다. 강태은 책임리더도 지난달 23일부터 인수 직전까지 800주를 팔아 구설에 올랐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두 임원 모두 현직자로서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이라며 "처분가가 1억5천만∼2억8천만 원 정도로 이를 보유 지분의 대거 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해명했다.

◇ 직장 내 괴롭힘·계열사 노동자 차별 대우…내부 악재도 산적

네이버는 내부적으로도 언제든 폭발할지 모를 '뇌관'이 산적해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고, 계열사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임원이 연루된 직장 내 괴롭힘 제보를 접수하고도 지연 조사했다.

네이버에서는 그간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지만,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임 의원은 지적했다.

특히 이번 제보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징계(감봉 2개월) 역시 접수 이후 7개월 15일이 지난 올해 1월 24일에야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하지만, 조사 심의기구 구성과 징계까지 반년이 넘게 걸렸다.

더욱이 네이버는 계열사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져 노조가 단체 활동에 나선 상태다.

네이버 노조인 '공동성명'에 따르면 그린웹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 엔테크서비스, 엔아이티서비스 등 5개 계열사 직원들은 초봉이 본사와 비교해 50∼60% 정도에 그치는 등 임금과 복지, 근무 환경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공동성명은 네이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본사의 과실을 계열사도 공정하게 나눠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engine@yna.co.kr,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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