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미사일 공격 아랑곳 않은 젤렌스키, 포화 속 야외 대국민연설
대통령 집무실 밖 광장서 1분30초짜리 연설 셀프 녹화
"적들은 우리가 달아나길 원하지만 우리는 전진만 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가 러시아 미사일이 빗발친 10일(현지시간) 대통령 집무실 인근 야외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배포한 연설 영상을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격이 시작된 이날 아침 집무실 근처의 한 넓은 광장으로 나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잘 알려진 국방색 티셔츠를 입고 셀프 카메라로 연설을 직접 녹화했다.
그는 1분 26초 분량의 연설에서 "아침은 고달프다. 우리는 테러리스트를 상대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그들의 목표물은 두 개"라며 키이우, 크멜니츠키, 르비우, 드니프로, 빈니차 등 12개 지역이 공격을 받았다고 알렸다.
그는 "그들은 공포와 혼란을 원하고, 우리의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길 원한다. 그들은 구제불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두번째 대상은 사람들이었다"며 "(공격) 시기와 목표는 가능한 한 큰 피해를 입히기 위해 특별히 선택되었다"며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러시아의 이날 미사일 공격은 사람들이 출근을 시작하는 월요일 러시아워에 감행됐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우크라이나인이다. 우리는 서로를 돕고, 우리 자신을 믿는다. 우리는 파괴된 모든 것을 복구한다"면서 "이제 정전이 있을 수 있지만, 승리에 대한 우리 자신감의 단절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런 공습을 정확히 왜 하겠느냐"며 "적들은 우리가 두려워하기를, 사람들이 달아나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진만 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전장에서 보여준다. 계속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피신처에 계속 머물러 달라. 우리 군 덕분에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다. 언제나 안전 규칙을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영상 연설에 앞서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서도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공습경보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를 멸망시키고 지구 위에서 쓸어버리려 한다"고 러시아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크림대교 폭파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한 당일 미사일이 떨어질 수 있는 야외에서 연설을 감행한 것은 국민의 대러시아 항전 의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쟁 초기 대통령과 측근들이 키이우를 탈출했다는 루머가 퍼지자 피격 위험을 감수하고 키이우 정부청사 앞에서 영상을 촬영해 소문을 잠재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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