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美재무장관 "OPEC 감산 결정, 현명치 못하다"

입력 2022-10-10 10:56
옐런 美재무장관 "OPEC 감산 결정, 현명치 못하다"

사우디·러 겨냥…개도국 인플레·경기부진 악화 우려

세계 성장전망치 낮출 IMF 연차총회 앞두고 작심 비판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을 포함한 세계 주요 석유 수출국들이 석유 감산을 결정한 데 대해 "(글로벌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현명치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옐런 인터뷰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이번 주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앞서 게재된 인터뷰에서 옐런은 석유 감산 결정에 대해 "결국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지만, 분명히 우리가 직면한 여건 하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내게는 보였다"며 "개발도상국들과 이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올해 11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이후 최대 감산 폭이다.

미국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려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경제난을 심화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자금 확보를 도울 것이라며 감산을 만류하며 산유국들을 압박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옐런의 경고는 이번 주 IMF 연차총회에서 공식 발표될 글로벌 성장 전망 하향 조정에 앞서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IMF와 세계은행(WB)의 연차총회는 세계 190여개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 등이 모이는 행사로, 이번에는 글로벌 경제 위험이 주요 주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악화된 인플레이션 충격을 둘러싼 국가간 협력, 전세계에 걸친 금리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보다 낮춰 잡을 전망이다. 당초 올해 4월 IMF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각각 3.6%로 전망했으나, 불과 3개월 후인 7월에는 올해 3.2%, 내년 2.9%로 각각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런던 유니크레딧 은행의 경제고문 그룹장 에릭 닐센은 산유국들의 결정과 미국의 대응 양쪽 모두가 유럽인들의 입장에서는 '정신 차리라는 신호'라며 "엄청난 공급 쇼크가 무서운 속도로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여기에 수요 쇼크도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6일 미국 조지타운대 강연에서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고 더 악화할 수 있다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모든 대륙의 기후 재앙 등으로 인한 충격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우리는 상대적인 예측 가능성의 세계에서 더 큰 불확실성, 더 큰 경제적 변동성, 지정학적 대결, 더 빈번하고 재앙적인 자연재해 등 더욱 취약한 세계로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권이 이제 둔화하고 있고, 이는 이미 높은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으로 큰 타격을 입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수출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IMF는 지금부터 2026년까지 세계 생산량이 독일 경제 규모와 맞먹는 약 4조 달러(약 5천644조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엄청난 퇴보"라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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