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참극서 홀로 살아남은 3세 아이 "어린이집 가고 싶어요"

입력 2022-10-09 18:07
태국 참극서 홀로 살아남은 3세 아이 "어린이집 가고 싶어요"

담요 덮고 자다가 화 피해…"친구들 자는 줄 알아"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지난 6일 태국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총기 난사 사건 현장에 있던 아이 중 3세 여아 한 명만 극적으로 살아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에미'(Emmy)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아이는 태국 북동부 농부아람푸주 나끌랑 지역의 어린이집에 전직 경찰 빤야 캄랍(34)이 총과 칼로 무장하고 습격했을 당시 가장 친한 친구 옆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범인 빤야는 먼저 임신 8개월 교사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총을 쏜 뒤 자고 있던 아이들을 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약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진 범인이 광란의 살인을 저지르고 떠난 어린이집, 에미는 같은 반 친구들의 시신 옆에서 웅크린 채 잠에서 깬 상태로 발견됐다.

에미는 범인이 아이들을 끔찍하게 살해하는 동안 계속 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빤야가 교실에 들어갔을 때 담요를 덮고 자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출동한 경찰은 에미의 얼굴을 천으로 가리고 피바다가 된 교실 밖으로 안고 나왔다.

구조요원들은 다른 생존자를 애타게 찾았지만, 에미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숨졌다.

빤야 캄랍은 어린이집에서 교사와 아이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아들까지 죽였다. 희생자 중 어린이는 24명으로, 대부분 5세 이하의 미취학 아동이다.

사건 당시 방콕에서 일하고 있던 에미의 어머니 빠놈빠이 스리통(35)은 처음에는 어린이집의 모든 아이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영상통화를 하고서야 딸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에미의 할아버지인 솜삭 스리통(59) 씨는 "에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 친구들이 아직 자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며 "아이가 살아남아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 마을이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는 동안 가족들은 에미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평소 어린이집을 좋아했고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 했다.

에미는 가장 친한 친구인 동갑내기 빠타라윳에 대해 자꾸 물었다. 에미는 늘 단짝인 빠타라윳과 서로 발이 닿은 채로 함께 낮잠을 자곤 했다고 한다.

에미의 어머니는 "결국 할머니가 친구들이 모두 죽었고 어린이집도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라며 "하지만 아이는 그저 매일 어린이집에 가고 싶어하고, 우리는 어린이집이 닫았다고 계속 말해줘야 한다. 아이는 죽음이 무엇인지 이해하기에 너무 어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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