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거 D-30] ① 2년만에 국정 주도권 다툼…'바이든 vs 트럼프 대결' 구도
바이든 정부 첫 심판대·대선 전초전…국정동력 확보냐 레임덕이냐 갈림길
상원 민주, 하원 공화 우세 관측…낙태판결·우크라전쟁·인플레 등 변수
[※편집자주 = 미국에서 연방 의원과 주지사, 주의원 및 지방정부 선출직을 뽑는 선거가 오는 11월 8일 실시됩니다. 이번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중간에 실시돼 통상 '중간선거'로 불립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연방 상원 의원 100명 가운데 35명, 연방 하원 의원 435명 전원, 36개주의 주지사 등을 새로 선출하게 됩니다. 이번 선거는 향후 2년간 미국 의회 권력의 향배를 결정지을 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도 띠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번 선거의 의미와 현재 판세 및 전망, 향후 한반도 관련 이슈에 미칠 영향, 한인 출신 후보들의 활약, 현장 르포 등을 담은 기획기사 5건을 일괄 송고합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집권 반환점을 향해 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적표를 가늠할 중간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바이든 정부 심판대로 작용할 이번 선거는 향후 남은 2년의 국정운영이 그 동력을 이어갈지, 아니면 레임덕으로 빠져들지 결정짓는 대형 정치 이벤트다.특히 지난 대선 패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인사가 공화당 후보로 상당수 나서면서 이번 선거는 사실상 '바이든 대(對) 트럼프의 대결'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게다가 중간선거 성적표는 2024년 대선의 풍향계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향후 정치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간선거는 4년마다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 중간에 열려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한다. 정부 견제 심리로 여당인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정책이 궁극적으로 의회의 입법을 통해 구현된다는 점에서 누가 다수당을 차지하는지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올해 초만해도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며 의회 권력을 거머쥘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판세는 유동성을 더하고 있다.
역대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승리는 1934년, 1998년, 2002년 3번뿐이다.
이번 선거 역시 야당인 공화당이 약진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이지만, 선거가 임박하면서 각종 변수가 표심에 반영되면서 판세가 출렁이고 있어 민주당도 승리의 희망을 키워 나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체, 상원 100석 중 35석을 새로 뽑는다.
현재 상원은 양당이 50석씩 양분하고 있어 캐스팅보트를 쥔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하원도 민주당 220석, 공화당 212석, 공석 3석으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원에서 민주당은 현재 의석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며, 공화당은 단 1석이라도 빼앗아오면 된다. 하원은 218석 이상을 차지하는 정당이 다수당이 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하원은 공화당이 우위를 보이고, 상원은 팽팽한 접전 속에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조금 더 큰 것으로 대체로 전망된다.
미 정치분석매체 '538'(대통령 선거인단수를 의미)은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으로 하원의 경우 공화당이 이길 가능성을 70%로 예상했다.
초경합 지역구 12곳을 빼면 민주당이 208곳, 공화당은 215곳에서 앞선다고 봤다. 공화당은 경합지 가운데 3곳만 이기면 하원 권력을 탈환할 수 있다.
하지만 7월 중순 88%까지 치솟던 공화당의 하원 승리 가능성이 현재 70%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승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538은 상원의 경우 현시점에선 민주당 승리 가능성을 67%로 관측했다. 공화당은 지난 6월 말엔 승리 확률 51%로 우세했지만 이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538은 민주당 51석, 공화당 49석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내다봤다.
초경합지인 네바다,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등 일부 주의 승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도 상원은 현재 민주당 46석, 공화당 47석이 유력한 가운데 조지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등 7석을 경합지로 분석했다.
RCP는 하원의 경우 공화 220석, 민주 180석 우세 속에 34석을 경합지로 분류했다.
당초 공화당의 압승 예상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은 예기치 못한 변수가 돌출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의 낙태 금지 판결은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초강력 이슈로 떠올랐다.
이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등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정책을 뒷받침하는 법안이 잇따라 통과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효과를 배가했다.
작년 8월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군 당시의 극심한 혼란을 계기로 급전직하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후 1년 가까이 30% 초반 박스권에 머물다 이런 대형 이슈들이 연이어 뒷받침되면서 모처럼 4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며 혼조세를 보이자 잠시 가라앉았던 낙태 이슈와 '아메리칸 퍼스트'로 상징되는 IRA 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등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여전히 높은 장바구니 물가와 핵전쟁 우려까지 대두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등의 악재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당내 경선과정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들이 대거 본선 진출권을 확보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반사이익을 받아 대선 재도전의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작년 1.6 의회 난입 사건에 대한 의회청문회에서 지지자들의 폭동을 선동하거나 방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연방수사국(FBI)의 압수수색을 통해 퇴임 때 국가기밀문서를 불법 유출한 뒤 부실 관리해온 점,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가치를 조작해 금융·세금·보험상의 이득을 취한 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사법 리스크'가 커지며 정치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 행위가 잇따르면서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북한 이슈가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사다.
북한은 올해 40여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을 이어갈 뿐아니라 최근엔 태평양에 있는 미국의 군사적 요충지인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7차 핵실험 위협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항공모함을 한반도에 급파하고 북한의 핵위협과 도발에 대한 한미일 3국간 공조를 강화하고 나서는 등 강대강 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사태의 향배가 선거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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