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그림·스토리까지 척척…AI가 게임 만드는 시대 '성큼'
소설 쓰고 그림 그리는 AI 서비스 등장…게임 업계는 AI 연구 활발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내 이름은 김○○. 서울경찰청에서 4년째 형사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팀장 임 경감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빈 화면에 소설의 첫 문장을 영어로 써서 입력한 뒤 '엔터' 키를 누르고 2∼3초간 기다리자, 곧바로 다음과 같은 긴 문장이 자동으로 화면에 나타난다.
'그는 실종 사건이 하나 있다며 내가 맡아 달라고 했다. 실종자는 내가 어린 시절 잘 알고 지내던, 부잣집 딸이었다. 그녀는 두 달 전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가 연락이 끊겼는데…'
이어질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 글은 기존에 나와 있던 소설이나 시나리오 속의 문장이 아니다.
미국 기업 '아날라탄'의 인공지능(AI) 텍스트 생성 서비스 '노벨 AI'(Novel AI)가 맨 처음 입력한 문장의 문맥을 분석한 뒤, 이어지는 스토리와 대사를 즉석에서 '창작'해낸 결과물이다.
◇ 사람 지시대로 소설 쓰고 그림 그리는 AI 온라인서 화제
과거 공상과학(SF) 소설 속 이야기로나 여겨졌던,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AI가 이제는 일반인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실현되고 있다.
맨 처음 소설 창작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은 노벨 AI는 이달 초 이미지 생성 기능을 업데이트하면서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온라인상에 올린 이미지를 대량으로 학습한 AI가, 이용자의 지시어에 따라 그에 걸맞은 그림을 그려 주는 방식이다.
지시어는 '해변', '자동차' 같은 단어는 물론 복잡하고 구체적인 문장까지 가능하다.
입력 창에 '소파에 앉아서 게임을 하는, 야구 모자를 쓴 검은 머리의 여성'이라는 지시어를 영어로 입력하자, 불과 5∼6초 만에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것 같은 고화질 일러스트 한 장이 완성됐다.
물론 서버에 부하를 주는 기능인 만큼, 최소 월 10달러의 유료 구독권을 구매해야 쓸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구독형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고성능 AI를 마음껏 체험하는 비용치고는 저렴하게 느껴졌다.
비슷한 그림 그리는 AI 서비스 '미드저니'(Midjourney)가 생성해낸 그림은 지난 8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미술전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수상하면서 "이것도 예술이냐"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 AI 도입한 게임 속속 출시…업계, 연구개발에 '박차'
사람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AI를 게임 제작에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스팀에 출시된 인디 게임 'AI 로그라이트'는 모든 게임 속 이미지와 대사, 상황 설명을 AI가 그때그때 맥락에 맞게 실시간으로 생성해 내는 독특한 역할수행게임(RPG)이다.
AI의 한계 때문에 행동 한 번에 수십 초씩이 걸리는 데다 뚱딴지같은 대사나 적·아이템이 튀어나오는 등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예측불허한 상황에 대처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준다.
크래프톤[259960]도 지난해 자회사 '팁토우 게임즈'를 출범하고, AI를 접목한 게임 '위시 토크'와 '푼다'를 무료로 공개했다.
'위시 토크'는 섬을 돌아다니면서 동물 캐릭터들과 대화하는 게임인데, 정해진 선택지가 아니라 채팅하듯 자유롭게 캐릭터들에게 말을 걸면 AI는 이에 맞춰 대답을 내놓는다.
퍼즐 게임 '푼다'는 AI가 이용자의 실력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무한히 새로운 퍼즐을 만들어내고, 플레이어가 여기에 도전하는 게임이다.
크래프톤은 창의적인 AI 활용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구현하고자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스페셜 프로젝트 2'(SP2)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8개의 프로젝트팀이 운영 중이며, 크래프톤 창업주인 장병규 의장은 이들 팀과 정기적으로 만나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엔씨소프트[036570]도 AI센터, NLP(자연어 처리) 센터 등 AI 연구개발(R&D) 조직에 전문 연구 인력 200여 명을 투입하고, 주력 상품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실제 사람과 동일한 행동 양상을 가진 AI 캐릭터와 싸우거나 협동하는 '거울전쟁' 콘텐츠를 선보였다.
모바일 게임 '리니지W'에는 서로 다른 국적의 이용자들이 쓰는 게임 용어나 속어의 문맥을 읽고, 이를 다른 언어로 효과적으로 번역할 수 있는 AI를 적용했다.
국내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 개발에서 아트·3D 모델링 제작이 비용과 시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AI를 통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만큼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 AI를 만드는 개발자의 능력이 중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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