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진에 삼성전자 3분기 '어닝쇼크'…4분기도 먹구름
세트 수요 부진·과잉 재고 탓 주력 메모리 반도체 가격급락
스마트폰·디스플레이 사업은 선방…연간 실적 눈높이도 하향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삼성전자[005930]도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를 비껴가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은 증권가의 예상대로 '어닝 쇼크'였다.
여기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 탓에 4분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76조원, 영업이익은 10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73% 증가했고,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1.55% 증가했다. 이로써 매출은 5개 분기 연속 70조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31.73%나 뒷걸음질 쳤고, 직전분기보다도 23.4% 줄었다.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컨센서스) 11조7천734억원을 8.3% 밑돌았다.
이처럼 3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인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특히 실적 버팀목이던 반도체가 맥을 못 췄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을 6조원에서 7조원 사이로 보고 있다.
DS 부문이 2분기 영업이익 9조9천80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0%가량 급감한 것이다.
전방 수요 약세와 재고 조정 과정 속에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게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분기보다 각각 10∼15%, 13∼18%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로 호황을 누렸던 IT 내구재 수요가 본격 둔화하면서, 중국의 록다운(봉쇄)에 대비해 비축해둔 부품 재고가 오히려 이중부담이 되고 있다"며 "경제 환경 급변으로 IT 예산 집행도 차질을 빚으면서 메모리칩 주문이 이례적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수요가 탄탄했던 서버용 메모리는 고객사 재고 조정 영향이 예상보다 컸고, 모바일과 PC 등 소비자용 제품은 수요 둔화로 부진했다.
시스템 LSI도 소비자 제품용 부품 수요 둔화로 인해 실적이 하락했다.
다만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는 선단공정 수요가 괜찮았고 환율 영향도 긍정적이어서 선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스마트폰(MX)과 디스플레이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와 환율 영향으로 실적이 개선됐고, MX는 폴더블폰과 웨어러블 판매 호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MX 부문 영업이익은 2조원대 후반에서 3조원, 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1조원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소비자가전(CE)과 자회사 하만의 영업이익은 1조원가량으로 전망된다.
VD(영상디스플레이)·가전 부문은 TV 등 세트(완성품) 수요 부진과 원가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반도체 업황의 회복인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세계 경기 둔화로 IT 제품 최종 수요가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세트 업체의 보수적 재고 운영 정책은 당분간 지속되고 있고 그 여파로 반도체 가격과 출하량도 동반 하락할 전망이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하고, 물가 상승이 연말 특수 효과를 제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까지 IT 세트 수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기존 추정치보다 5%, 19% 하향 조정한 50조4천억원, 37조7천억원으로 각각 제시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을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8조6천억원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에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며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봤다.
메모리 업체들이 독과점력을 활용해 공급을 과감하게 줄이며 수요 위축에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객들의 재고 조정이 내년 1분기를 지나면서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 말·내년 초에는 메모리 공급 업체들의 시설투자와 가동률 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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