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해상서 이주민 태운 보트 2척 침몰…최소 21명 사망
24명 실종…그리스 당국 "튀르키예가 출항 제지했어야"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그리스 남쪽 해상에서 이주민 보트 2척이 잇따라 침몰해 최소 21명이 사망했다고 AP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튀르키예(터키) 영해와 가까운 그리스 레스보스섬 인근 에게해에서 발생한 첫 번째 사고 현장 인근 해상에서 시신 17구를 수습하고 승선자 10명을 건져 올렸다.
모두 20세 이상 아프리카 여성인 생존자들은 보트에 총 40명이 타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13명의 이주민 생사가 불투명한 셈이다.
니코스 코칼라스 해안경비대 대변인은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생존자들이 육지에 도착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번째 침몰 사고는 그리스 남부 키티라섬 인근 해상에서 발생했다. 이주민들을 태운 보트가 바위에 부딪혀 난파했다.
해안경비대는 보트 파편 속에서 시신 4구를 수습하고, 이란·이라크·아프가니스탄 국적의 승선자 80명을 구조했다.
실종자 11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사고 당시 키티라섬 인근 해상에는 초속 19m가 넘는 세찬 바람이 불었다. 생존자들은 바위에 매달려 구조를 애타게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주민인 마사 스타타키는 통신에 "이곳의 모든 주민이 구조를 돕기 위해 항구로 내려갔다"며 "우리는 보트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것을 목격했고,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바위에 오르는 것을 봤다. 참혹한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터키)에서 서쪽으로 약 400㎞ 떨어진 키티라섬은 튀르키예에서 출발한 이주민 보트가 이탈리아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 역내에서 이탈리아 등과 함께 중동·아프리카 이주민·난민이 가장 많이 유입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웃 나라인 튀르키예에서 육로 또는 해상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 문제로 튀르키예와 오랫동안 갈등을 겪어왔다.
최근 그리스에서 해상 통제가 강화되고 추방 사례가 잇따르자 튀르키예에서 출발한 이민자들은 이탈리아로 가는 더 길고, 더 위험한 항해를 시도하고 있다.
야니스 플라키오타키스 그리스 해양부 장관은 위험한 항해에 뛰어든 이민자들을 제지하지 않는 튀르키예 당국을 비판했다.
플라키오타키스 장관은 "튀르키예 해안경비대가 막지 않는 한 밀입국 브로커들은 불운한 사람들을 안전장치가 없고, 기상 조건을 견딜 수 없는 보트에 태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튀르키예는 그리스 당국이 난민 신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이주민을 일방적으로 추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해상에서 표류하다 숨진 이주민 어린이 2명의 사진 패널을 들어 보이면서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이들이 탄 보트를 밀어내서 이들이 숨졌다"며 "그리스가 에게해를 무덤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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