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서 울먹인 광주 아파트붕괴 피해자…"일상이 무너졌다"
입주까지 5년 더…현대산업개발 주거지원 대책에 반발
원희룡 "피해자 피눈물 닦는 시늉이라도 하라" 질타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김치연 기자 = "예정대로 지어졌다면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을 집이 무너졌습니다. 입주 예정자들의 일상도 무너졌습니다. 일방적 통보가 아닌 현실적 주거 지원안 마련을 위한 대화에 나서 주십시오."
6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붕괴 사고로 갈 곳을 잃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 대표가 출석해, 울먹이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올해 11월은 화정아이파트 847세대 5천여 명의 예비입주자들이 기다리던 입주예정일이었다. 하지만 붕괴 사고로 전면 철거 후 재시공까지 61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지난 8월 한 가구당 1억1천만원을 무이자 대출해주고 중도금 2억2천만원을 먼저 상환해주는 내용의 주거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입주예정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큰돈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5∼6% 이자를 내라는 '이자 장사'라는 것이다.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승엽 입주예정자 대표는 "현대산업개발의 기만으로 조산하거나 아이 출산 계획을 보류한 분, 회사 기숙사·월세살이를 전전하는 분, 우울증·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다"며 "대책 마련을 위한 대화에 회사 대표가 직접 나와달라"고 호소했다.
여야 의원들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른 정익희 현대산업개발 대표를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은 "입주예정자들은 분양권으로 인해 대출을 받을 수 없어 6년간 집을 살 수도 없고 전·월세 계약이 만료된 세대가 대부분"이라며 좀 더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현대산업개발이 반성하고, 행동으로 피해자를 부둥켜안아도 길이 열릴까 말까 한다"며 "적당히 하고 넘어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큰 착오"라고 경고했다.
원 장관은 "선처 요청을 하려면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닦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지 않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불행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점에 대해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국토위원들이 입주예정자 주거지원 대책에 대해 묻자 올해 2월에 부임해 잘 모른다는 취지로 답했다가 거센 질타를 받았다.
조오섭 의원은 "오늘만 넘어가고 끝내자는 식"이라며 국토부 종합감사 때 반드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책임 있는 답변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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