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버리고 달아난 탱크로 무장한 우크라…화력열세 뒤집히나

입력 2022-10-06 16:37
수정 2022-10-06 17:04
러 버리고 달아난 탱크로 무장한 우크라…화력열세 뒤집히나

우크라, 하르키우 수복하며 러시아군 탱크·자주포 등 수백점 노획

"러, 우크라에 가장 많은 중화기 준 나라…더는 화력우위 없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러시아군을 크게 밀어내는 데 성공한 우크라이나군이 노획한 전차와 야포 등을 즉시 전력화하면서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군 당국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북동부 하르키우주(州) 수복 과정에서 러시아군 전차와 자주포, 야포, 장갑차 등 기갑장비 수백 점을 노획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장비 중 일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상징하는 'Z' 기호를 지우고 우크라이나군 장비로 편입돼 즉각 전투에 투입됐다.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 개발된 동일한 무기체계를 사용하는 까닭에 별도의 훈련이나 적응 없이도 노획 장비를 곧장 전력화할 수 있다는 점이 우크라이나 측에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상태가 나쁜 나머지 장비들은 수리를 진행하거나 분해해 예비용 부품을 확보하는 데 쓰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에 더해 대량의 소련제 포탄도 노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르키우 탈환전에 성공한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한 달 사이 동부전선에서 1만㎢가 넘는 영토를 되찾았다. 전선이 급격히 밀리면서 체계적인 후퇴에 실패한 러시아군은 대량의 장비와 물자를 버려둔 채 달아났다고 우크라이나 군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하르키우주의 전략적 요충지 이지움에선 러시아군의 신형 주력전차 T-90과 최신 장갑차인 BTR-82조차 우크라이나군에 노획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전까지 화력과 물량에서 압도적 열세에 놓여 있었던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국면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실제, 동부전선의 우크라이나군 부대들은 장비 수준이 대폭 향상됐고 포탄 부족 문제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 주력 자주포 2S19 무스타 4문을 노획해 사용 중이라는 우크라이나군 포병대대 관계자는 여기에 맞는 소련제 포탄도 충분하다면서 "러시아인들은 더는 화력에서 우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부대 중 하나인 카르파치카 시치 대대는 이지움에서 T-80 전차 10대와 2S5 자주포 5문을 노획했다. 이 부대의 부참모인 루슬란 안드리코는 "너무 많은 전리품을 얻어 어디에 쓸지 모를 지경"이라면서 "우리 부대는 처음 보병대대였는데 지금은 일종의 기계화 대대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가 있는 북부전선에서 패퇴한 러시아군이 철수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빼앗긴 장비 등을 포함하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의 양을 훨씬 뛰어넘는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가장 많은 중화기를 공급한 국가로 꼽혀야 할 것'이라고 WSJ은 꼬집었다.

군사정보 블로그 오릭스(Oryx)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2월 개전 후 현재까지 러시아군 전차 460대와 자주포 92문, 보병전투차 448대, 장갑전투차 195대, 다연장로켓포 44문 등을 노획했다.

소셜미디어 등에 공유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진과 영상 등을 바탕으로 확인된 사례만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노획한 분량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는 러시아군 역시 우크라이나군 전차 109대와 자주포 15문, 보병전투차 63대를 빼앗았지만, 기습적인 공세에 우크라이나군이 속절없이 밀리던 전쟁 초반에 노획된 것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