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러 대사 "美에 '병합 점령지·크림 수호 의지' 전달"
자국 TV 방송 인터뷰서 밝혀
"우크라이나, 미제 무기로 러 공격…美, 러 인내 시험"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가 최근 병합한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 지역과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를 반드시 수호할 것이라는 뜻을 외교 채널로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주미 러시아 대사가 5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대사는 이날 러시아의 한 TV 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새로운 영토(4개 병합지)를 수호할 것으로 굳게 믿으며, 이 문제에서 우리의 행동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뜻을 미국 파트너들과의 대화에서 계속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 측이 러시아의 입장을 잘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크림반도와 새로운 병합 지역을 타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앞서 로라 쿠퍼 미 국방부 러시아·우크라이나·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4일 언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이용해 크림반도 등을 공격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 등을 염두에 둔 반응으로 보인다.
안토노프 대사는 "현재의 미·러 간 위기는 (이전과) 성격이 다르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미제 무기를 이용해 우리 영토 공격을 개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러·우크라)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문제와 당면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통해 러시아의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은 러시아와 미국이 '쿠바 미사일 위기'때만큼의 긴장 고조 상황에 도달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냉전 시기인 1962년 옛 소련이 미국과 가까운 쿠바에 핵미사일 배치를 시도하면서 미국과 옛 소련이 대립한 사건으로, 인류 역사상 핵전쟁에 가장 근접했던 위기상황으로 평가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 점령지인 도네츠크, 루간스크(우크라이나명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4개 지역 병합 비준안에 최종 서명하며 병합 절차를 마무리했다. 러시아 상·하원은 이에 앞서 병합 비준안을 승인했다.
러시아는 4개 지역 병합과 복구에 필요한 자금을 향후 3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해당 지역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영토 수복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서방 측은 러시아의 영토 병합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추진 중이다.
러시아는 새로운 병합지를 포함한 자국 영토 수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며 핵무기 사용까지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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