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핵무기 배치하고파' 미국에 의사 타진"

입력 2022-10-06 11:44
수정 2022-10-07 19:04
"폴란드 '핵무기 배치하고파' 미국에 의사 타진"

대통령 현지언론 인터뷰…미 "모르는 일" 일축

전문가 '비상식적' 진단…안보불안 강조한 상징적 발언인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와 가까워 안보불안을 느껴온 폴란드가 자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게 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보도된 자국매체 가제타 폴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무기를 공유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지에 대해 미국 지도자들과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두다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핵무기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핵무기 공유에 참여할 잠재적 기회는 항상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폴란드는 서방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부 최전선에 있는 동맹국이다.

러시아가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까닭에 심한 안보 불안을 토로해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의 발판을 제공한 친러시아 접경국 벨라루스가 최근 헌법을 바꿔 러시아 핵무기를 자국 영토에 배치할 길을 열어 근심이 커졌다.

두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미국 정부는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즉각 부정했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그런 의제가 제기된다는 걸 우리는 모르니 폴란드 정부에 알아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가디언은 두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상징적인 것이며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핵무기를 러시아에 더 가까이 배치하면 군사적 활용도가 낮아질 뿐만 아니라 폴란드가 더 취약해진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미국 핵무기의 폴란드 이전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1997년 러시아·나토 창설법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두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핵전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러시아는 수세 속에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고 미국은 실제 사용 때 강력한 응징을 경고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은 미국이 소련과의 냉전 여파로 유럽에 핵무기 100기를 배치해둔 것으로 추정한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터키에 이들 핵무기가 배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가디언에 따르면 냉전시대에 유럽에 배치된 낡은 핵폭탄 B61은 현대화를 거쳐 올해 B61-12로 다시 실전 배치된다.

이들 핵폭탄은 미군이 개발한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인 F-35 라이트닝Ⅱ에 탑재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스 크리스텐센 FAS 핵정보 국장은 유럽 내 B61-12 저장시설도 개보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텐센 국장은 "러시아의 재래식 미사일 위협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 핵부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만약 나토가 핵무기를 러시아 국경에 더 가까이 가져간다면 대단히 이상한 상황 전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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