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 EU, 보조금 정책 놓고 '분열'
독일 280조원 지원책 발표 뒤 가열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러시아의 가스 수출 무기화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이에 대응하는 보조금 정책을 둘러싸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대규모 에너지 보조금 정책을 발표한 독일이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다른 EU 회원국과 정책의 적정성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너지 보조금 정책을 둘러싼 EU 회원국들간의 불협화음은 독일이 지난주 2천억 유로(약 280조원) 규모의 가스 가격 안정화 계획을 발표한 뒤 커지고 있다.
독일의 새 정책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전기료나 난방용 가스 가격이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 2024년까지 보조금을 지급해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다.
앞서 독일은 최근 수개월간 총 950억 유로(132조5천억원)에 달하는 에너지 가격 지원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 등 이웃 나라들은 독일이 기업 등에 가스 요금을 보조하는 것은 불공정 경쟁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의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곧바로 독일만큼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다른 EU 회원국들에 불공정한 시장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티에리 브르통(프랑스)과 파올로 겐틸로니(이탈리아) EU 집행위원은 독일의 정책 발표를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역겹다"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독일을 맹비난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어떤 긴급 조치도 단일 시장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울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4일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역시 유사한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정부는 2023년에 가정용 가스 가격이 15%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숄츠 총리는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2천억 유로는 올해만 아니라 2024년까지 계획된 금액"이라며 "독일은 (최대 가스기업) 유니퍼와 같은 대형 에너지 회사를 구제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독일은 아예 한발 더 나아갔다.
독일 정부는 이날 4개 전력망 회사가 부과하는 사용 수수료에 130억 유로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내년에 전기료에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수수료는 가정용 전기료의 약 10%, 철강이나 화학 업종 산업용 전기료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숄츠 총리는 최근 소비자와 기업 양측에서 에너지 비용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압박을 받고 있고, 니더작센 등지에선 지방선거도 치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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