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스웨덴 TV가 에르도안 대통령 모욕' 외교 항의
'에르도안 인권유린' 방송 문제삼아…스웨덴 나토 가입 줄다리기 와중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나토 회원국 튀르키예(터키)가 자국 대통령에 대한 스웨덴 공영 TV의 방영물이 '모욕적'이라며 외교 채널로 항의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외교부는 5일(현지시간) 자국 주재 스웨덴 대사 스타판 헤르스트롬을 초치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튀르키예에 대한 '무례하고 추잡한 표현과 이미지'는 용납될 수 없다"는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국내외 정치인들을 비판적으로 풍자해온 스웨덴의 주간 TV 뉴스쇼 프로그램 '스웨덴 뉴스'는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의 인권 유린 의혹을 꼬집는 풍자물을 내보내고, 방송 끝에 '민주주의여 영원하라'라고 외친 진행자의 멘트도 덧붙였다.
지난 2014년부터 튀르키예를 권위주의적으로 통치해오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야권 인사와 반정부 언론 등을 심하게 탄압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코믹 뉴스쇼인 스웨덴 뉴스는 이전에도 풍자성 방영물로 외국과의 외교 마찰을 초래한 바 있다.
2018년에는 중국인을 인종차별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스톡홀름 주재 중국 대사관의 항의를 받았다.
이번 외교 마찰은 스웨덴이 튀르키예가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인사들을 자국에서 추방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스웨덴 대표단이 앙카라를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불거졌다.
튀르키예는 테러리스트 추방을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70여 년간 유지해 온 중립국 정책을 폐기하고 6월에 나토 가입을 신청했는데, 회원국이 되려면 기존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가입을 승인해야 한다.
튀르키예는 자국이 테러단체로 간주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을 두 나라가 옹호하고 있다며 가입에 반대하다가 양해각서를 통해 PKK와 페토(FETO·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 관련자 신병 인도 등을 약속받고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PKK는 튀르키예 내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 조직이며, FETO는 한때 에르도안 대통령의 동지였으나 지금은 정적이 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따르는 조직이다.
지금까지 30개 나토 회원국 가운데 28개국 의회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비준안에 동의했으나, 튀르키예와 헝가리는 뒤따르지 않고 있다.
스웨덴 총리 마그달레나 안데르손은 이날 튀르키예가 항의한 자국 TV 방영물의 심각성을 평가절하하면서, 이번 일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튀르키예에 중요한 것은 당연히 우리가 체결한 협정(스웨덴 등의 나토 가입 양해각서)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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