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코로나 면역반응서 생성된 단백질이 섬망 등 뇌문제 유발"

입력 2022-10-05 15:56
"중증 코로나 면역반응서 생성된 단백질이 섬망 등 뇌문제 유발"

영국 연구팀 논문…"면역억제제 사용하면 예방 가능"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강력한 면역 반응이 섬망 증상을 유발하는 등 뇌 기능에 심각하고도 장기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대학 연구팀은 코로나19 관련 면역 반응은 뉴런(신경세포)의 소멸을 촉진하고 뇌의 학습·기억 중추인 '해마'의 재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내용이 실린 연구 논문은 5일(현지시간) 의학저널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대유행한 시기에 런던의 한 병원에 입원한 중증 감염자 36명의 혈액을 확보해 분석했다.

이들의 혈액에서는 면역세포가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 모을 때 방출하는 단백질인 'IL-6'이 일반적인 감염자들에 비해 15배나 많았다.

IL-6은 섬망 증세를 보인 입원 환자에게서는 더 많이 검출됐는데, 검출량은 입원자 평균의 6배에 달했다.

섬망은 뇌 기능 저하로 나타나는 병적인 정신상태로, 안절부절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은 운동성 흥분 상태, 초조, 환각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연구팀은 입원한 코로나19 환자의 거의 3분의 1은 섬망을 경험했고, 많을 때는 그 비율이 3분의 2로 높아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뉴런은 IL-6이 많은 섬망 환자의 혈액에 노출됐을 때 빠르게 소멸했고, 새로운 세포도 적게 생성됐다.

연구진은 뇌에서 생기는 이같은 손상이 섬망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알레산드라 보르시니 박사는 "우리는 (면역 반응에서 생성된) 단백질이 급성 코로나19 환자에서 나타나는 섬망과 코로나19 후유증 환자가 흔히 겪는 신경학적 증상에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팀은 면역 단백질을 차단하면 뇌세포 손상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환자의 위험한 면역 반응을 제어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면역억제제인 토파시티닙을 사용하면 섬망과 그에 따르는 연쇄적인 뇌 기능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 자체를 감염시키지 않고도 환자에게 신경학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코로나19의 대표적 후유증 중 하나인 브레인 포그(brain fog·머리가 멍하고 생각과 표현이 분명하지 못한 증상) 완화·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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