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멸종 소행성, 4.5㎞ 파고 일으키며 지구급 쓰나미 유발
충돌 48시간만에 거의 모든 해안 도달…뉴질랜드 남·북섬 K-Pg 지층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6천600만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술루브 해안에 떨어지며 공룡 시대를 마감한 소행성이 4.5㎞의 파고를 일으키며 지구 반대편의 해저를 뒤집어놓을 정도의 '괴물' 쓰나미를 유발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 소행성은 폭 100㎞에 달하는 충돌구를 만들며 검댕과 먼지를 대기로 올려보내 햇빛을 가림으로써 공룡은 물론 지구상의 동식물종 75%를 절멸시켰다.
미국 미시간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환경과학과 브라이언 아르빅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행성 충돌에 따른 쓰나미를 지구차원에서 처음으로 분석하고 지질자료로 이를 실증한 결과를 미국지구물리학회(AGU) 학술지 'AGU 어드밴시스'(Advance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연구된 결과를 토대로 지름 약 14㎞의 소행성이 초속 12㎞로 얕은 바닷물과 침전물로 덮인 화강암질 지각에 충돌하며 너비 100㎞에 달하는 충돌구를 형성하며 검댕과 먼지 구름을 형성하는 것을 상정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충돌 초기 쓰나미 에너지는 지난 2004년 12월 인도양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3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최악으로 기록된 쓰나미의 3만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행성이 충돌하고 2분 30초 만에 엄청난 분출물이 바닷물을 밀어내며 4.5㎞ 높이의 파도를 형성하고, 10분 뒤에는 분출물 일부가 가라앉으며 약 220㎞ 밖 해역의 파고가 1.5㎞로 낮아지지만 고리 형태로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쓰나미를 일으킨다.
한시간 뒤에는 쓰나미가 멕시코만을 벗어나 북대서양까지 번지고, 4시간 뒤에는 중앙아메리카 해로를 통해 태평양에 진입한다.
충돌 24시간 뒤에는 쓰나미가 동쪽으로는 태평양 전역, 서쪽으로는 대서양 전역을 거쳐 인도양에서 서로 만나며 48시간 뒤에는 모든 해안에 닿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멕시코만 해안의 파고는 100m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북대서양 연안과 남미 태평양 연안의 파고는 10m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쓰나미는 주로 동쪽과 북동쪽, 남서쪽으로 번져 북대서양과 남태평양 등에 더 큰 영향을 줬으며 남대서양과 북태평양, 인도양, 지중해 등지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했다.
수중 해류 속도는 북대서양과 남태평양에서 초속 20㎝를 넘고 그밖에 해역에서는 초속 20㎝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류 속도가 초속 20㎝를 넘으면 미세 알갱이로 된 해저 침전물을 뒤섞어놓을 정도가 되는데, 소행성 충돌 직후인 백악기 말기와 고(古)제3기(K-Pg) 사이 지층 자료도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어 시추 등을 통해 확보된 총 120건의 해저 지질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대서양과 남태평양에서는 K-Pg 지층이 뒤섞이지 않고 온존하게 형성된 것이 드물었지만 남대서양과 북태평양, 인도양, 지중해 등지에서는 온전한 지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아르빅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 해역에서 이와 일치하는 지질학적 기록을 발견했다"면서 "지질학적 증거가 논문 내용을 분명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특히 유카탄반도의 충돌구에서 약 1만2천㎞ 떨어진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의 동부 해안에 노출된 K-Pg 지층이 뒤섞여 있는 것과 관련, 지금까지는 지역적 지각 활동의 결과로 여겨져 왔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쓰나미 경로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 만큼 그 기원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논문 제1저자인 대학원생 몰리 레인지는 "우리는 이 지층이 소행성 충돌 쓰나미의 영향을 기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소행성 충돌의 지구적 영향을 확인해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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