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충성파' 체첸 수장 "14~16세 세아들 곧 전장 보내겠다"
카디로프 "우크라 최전선서 싸울 것"…러시아군 퇴각 연이어 비난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이 미성년자인 자신의 세 아들을 조만간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내겠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BBC 방송과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카디로프 수장은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세 아들은 16, 15, 14세다. 하지만 그들의 군사훈련은 이미 오래전 어릴 때부터 시작됐다"면서 이들의 전장 파견 계획을 전했다.
그는 "현재 아들들은 구데르메스(체첸 도시)의 러시아 특수부대 학교 훈련센터에서 여러 종류의 무기들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으며 이제 익힌 기술을 적용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들은 실전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줄 때가 왔으며 이러한 그들의 의지를 나는 환영할 뿐"이라면서 "조만간 그들은 최전선으로 파견될 것이며 가장 어려운 대치 전선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어떻게 가족과 국민, 조국을 지킬지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게시물에는 카디로프 수장의 세 아들이 훈련센터에서 무기 사용훈련을 받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첨부됐다.
러시아는 18세 이하 청소년이 전투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유엔 조약에 서명했으며, 15세 이하 청소년을 전투에 동원하는 행위는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전쟁범죄로 간주되고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카디로프 수장이 아들들을 전사할 위험이 큰 전장에 보내기로 한 것은 크렘린궁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45세인 카디로프는 지난 2004년 피살된 부친 아흐마트 카디로프 전 체첸공화국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7년부터 혼란에 휩싸인 러시아 내 이슬람 자치공화국 체첸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에 충성하는 대가로 공화국 내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인권 탄압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는 곧바로 악명높은 체첸 내 국가근위대(내무군) 부대를 전장에 파견해 러시아군을 지원했다.
카디로프 수장은 그러나 최근 러시아군이 연이어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퇴각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선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의 러시아 병합을 선언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일 러시아군이 점령 중이던 도네츠크주의 리만에서 무력하게 밀려나자 리만 방어를 지휘한 러시아군 3성 장군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 지휘관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가 탄약 등 군수품 보급이나 통신 지원 등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실책을 거론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저강도 핵무기를 사용하는 등 더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우크라이나군 공세에 밀린 러시아군이 동북부 하르키우주에서 철수한 것에 대해서도 "러시아 국방부가 실수한 건 분명하다"면서 러시아군 지휘부를 향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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