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족계획협회 "일리노이주 남부에 첫 이동식 낙태시술소 개설"
"낙태 규제 강한 인근 주 여성들에게 낙태 서비스 접근 쉽게"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합법적 낙태 기준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각 주(州)에 넘긴 후 보수 성향의 주들이 낙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리노이주가 '낙태 희망자들의 오아시스'를 자처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의회 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미국 가족계획협회(PP)는 일리노이주 남부에 첫 번째 이동식 낙태 시술소를 열고 미주리·켄터키·테네시 등 규제가 강한 인근 주에서 낙태 기회를 찾는 여성들에게 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PP 세인트루이스·미주리 남서 지부의 야멜시 로드리게스 지부장은 "이동식 낙태 시술소는 일리노이주로 낙태를 받으러 오는 타주 여성들의 이동 거리를 단축하고 대기 시간을 줄여주며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타 물류 장벽을 해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 보장 판결을 뒤집은 후 100일이 지났다. 많은 여성이 도전에 직면해있으나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면서 "정치적 성향이 어떤 곳에 살든지 누구나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식 낙태 시술소는 11m 길이의 개조된 캠핑카(RV)에 차려지게 되며 우선은 임신 11주 이전의 환자에게 먹는 낙태약을 제공해 유산을 유도하고 내년 1분기부터는 외과적 수술을 통한 낙태 서비스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임신 6개월 이전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1973)를 폐기하고 낙태권 존폐에 관한 결정을 각 주가 법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미주리주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낙태를 불법으로 선언했다.
반면 일리노이주는 낙태권이 가장 잘 확립된 주 가운데 하나다. 지난 1월 1일에는 17세 이하 미성년자가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도 합법적인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법까지 발효했으며, 원격 진료를 통해서도 낙태약을 제공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지부장은 "연방 대법원 판결 이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주 경계만 넘으면 있는 일리노이주 페어뷰 하이츠 낙태 시술소의 환자 대기시간은 나흘에서 두 주 반으로 4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일리노이 보건부가 공개한 지난 2020년의 낙태 시술 건수는 총 4만6천243건, 이 가운데 최소 9천686건이 타주에서 원정 낙태를 온 여성에게 실시됐다.
PP는 연방 차원의 낙태권 소멸로 일리노이주 원정 낙태 사례가 2~3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원정 환자 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PP 세인트루이스·미주리 남서 지부 최고의료책임자(CMO) 콜린 맥니콜라스는 일리노이주의 이동식 낙태 시술소가 수요 분산에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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