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에 혼비백산…많은 이 발밑 깔려"…인니 축구장 참사순간
목격자 "출구로 한 번에 몰려…제대로 숨 못 쉬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경찰이 스탠드 내로 최루탄을 쏜 후 관중들이 달렸고 많은 이들이 발밑에서 짓밟혔어요. 최루탄 연기 때문에 사람들은 쓰려졌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관중 드위)
"사람들은 출구의 한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점점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산소도 부족해졌습니다."(동부 자바주 경찰청장 니코 아핀타)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부자바주 칸주루한 축구장에서 발생한 관중 난입 사고가 174명이 숨진 최악의 참사로 치달은 결정적 계기는 경찰의 최루탄 발포와 과격 진압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장 안 여기저기서 최루탄이 마구 터지고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며 대응하자 혼비백산한 관객이 일시에 출구로 몰려들면서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는 게 콤파스 등 현지 매체와 외신의 대체적인 참사 원인 분석이다.
이날 홈팀인 아레마 FC와 원정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 간 경기가 끝난 것은 밤 10시 직전이었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영상 등을 살펴보면 경기 종료 직후만 하더라도 경기에 패한 홈팀에 대한 야유가 쏟아져 나오긴 했지만, 소요를 우려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소수의 관중이 난입했고 한 관중은 유니폼을 들고 그라운드를 뛰어다니기도 했다.
그러자 홈 팬이 하나둘씩 펜스를 넘어 그라운드로 진입했고 갑자기 그 수가 불어났다.
일부는 퇴장하는 선수들을 둘러싸고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벤치 부근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흰 연기도 피어올랐다.
이후 경찰이 곤봉 등을 휘두르며 적극 진압에 나섰고 관중은 놀라서 잠시 흩어졌다.
하지만 일부 관중은 물병과 집기 등을 던지며 그라운드로 다시 진입했고 이에 경찰이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등 공방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그라운드와 스탠드를 향해 최루탄을 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최루탄이 마구 터지자 관중은 앞다퉈 출구를 찾아 달렸다. 일부는 펜스를 넘어가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경찰이 최루탄을 쏘자 패닉에 빠진 관중이 출구를 통해 탈출하기 위해 밀치며 달려갔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중이 흩어져 빠져나가지 않고 상당수가 일부 출구로 몰렸다는 점이다.
니코 청장은 사고가 발생한 곳은 경기장의 10번 게이트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경기장 관중 수는 4만2천여명이었다. 경찰은 이 가운데 그라운드에 진입한 관중 수를 3천명으로 추산했다.
그라운드로 내려온 관중이 전체의 10분의 1도 되지 않고 그라운드에서는 대형 유혈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망자 대부분은 특정 출구에서 나온 셈이다.
넘어진 관중 위로 사람들이 밟고 지나갔고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린 탓에 호흡 곤란도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팔이 부러진 무함마드 리안 드위카히오노는 로이터통신에 "경찰이 우리를 비인간적으로 대했기 때문에 많은 친구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흥분한 관중은 경기장 밖에서도 경찰차를 불태우는 등 과격 행동을 보였다.
이에 니코 청장은 "무정부 상태 속에 사람들은 경찰을 공격했고 차도 훼손했다"며 최루탄도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발포했다며 참사의 책임을 팬들의 과격 행위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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