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수감자 석방한 이란 "한국 내 동결자금 곧 풀릴것"(종합)
"카타르·스위스가 중재"…'교착' 핵협상 다시 진전되나
'한·이란 현안' 동결자금 해결 가능성 주목…외교부 "문제해결 적극 협의해와"
(테헤란·서울=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김효정 기자 = 이란에 구금됐던 미국인들의 석방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금도 곧 해제될 것이라는 이란 관영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가 운영하는 누르뉴스는 2일(현지시간) 미국과 죄수 교환에 대한 협의가 이뤄졌으며, 가까운 미래에 한국 내 동결자금에 대한 접근권이 회복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에는 현재 70억 달러가량의 이란 자금이 원화로 동결돼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의 석유 판매 대금 계좌가 동결된 것으로, 이는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누르뉴스는 중동에 있는 한 국가의 중재로 이번 협상이 성사됐고, 현재 진행 중인 JCPOA 복원 회담과 별개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관영 매체의 이런 보도는 이란에서 구금됐던 미국인 부자(父子)가 풀려난 직후 나왔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전날 성명을 내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바퀘르 나마지가 해외에서 의료적 치료를 받기 위해 이란을 떠날 수 있도록 허가받은 데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란·미국 이중국적자인 바퀘르는 2016년 미국 정부를 위한 간첩 및 협력 행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아들 시아마크도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란 핵협상에 정통한 한 외교 관리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번 죄수 교환이 서방에 보내는 호의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리는 유엔, 카타르, 스위스가 이번 협정을 중재했으며 "이런 움직임은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과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부 장관은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회담을 하고 동결 자금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이나 이란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런 협의를 통해 수년간 한·이란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동결자금 문제에 해결 전기가 생길지 주목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이란 매체가 보도한 협의가 현재 진행 중인지에 대해 "협상의 당사국이 아닌 만큼 언급하기 어려움을 양해 바란다"고 직접적 답변을 피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정부는 국내 예치된 원화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이란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하면서 유관국과 관련 사안을 적극 협의하는 등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당초 한국 내 동결자금 해제는 이란과 P5+1 국가들의 JCPOA 복원 협상이 타결되면 수감자 석방과 함께 초기 단계의 이행 조치가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한국 정부도 JCPOA 복원 과정에서 국내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그동안 당사국들과 협의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JCPOA 복원 협상은 여러가지 쟁점으로 난항을 겪으며 좀처럼 타결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죄수를 석방하고 국내 동결자금을 해제하는 합의에 대한 검토가 미국과 이란 간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관영 매체의 이번 보도가 사실이라면 교착 상태에 빠진 핵합의 복원 회담도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핵합의 때도 타결에 앞서 이란과 미국의 수감자 교환, 이란 해외자금의 동결 해제 등이 이뤄졌다.
현재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당국에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2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이란 정권이 받는 내부적인 압박이 극에 달한 가운데, 미국과 한 일부 협상의 성사 소식이 알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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