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6개월 연속 무역적자 속 '위기설' 대두…비상 대응해야
(서울=연합뉴스) 무역수지에 적자 비상등이 지속해서 켜지고 있다. 1일 정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37억7천만달러 적자다. 무역적자는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기록됐다. 6개월 이상 연속된 무역적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올해 1~9월 누적 무역적자는 288억8천만 달러로 300억 달러에 육박했다. 1996년 기록한 역대 최대 적자인 206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수출이 한 자릿수 증가세에 그친 반면 고공행진 하는 에너지 가격 등으로 수입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치솟는 수입을 수출이 감당해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역적자 추세가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떨치기 어렵다. 무역적자 현상이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리스크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가며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다.
주력 산업의 수출 양상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반도체와 석유화학, 철강 등의 수출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는 지난달 수출액이 114억달러로 작년보다 5.7% 줄어들며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인플레이션으로 제품 수요가 감소했고 D램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진다. 반도체 D램의 고정가격은 올해 2분기 3.37달러였다가 3분기에 2.88달러로 떨어졌다. 4분기는 2.50달러까지 내려간다는 예상이다. 석유화학은 지난달 수출이 작년보다 15.1% 줄었고 철강 수출이 2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중국 수출 감소세가 걱정이다. 지난달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133억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6.5% 감소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세는 넉 달 연속 지속됐다. 전반적인 경기나 수요 둔화 조짐의 영향 등을 감안한다고 해도 무역 경쟁력 제고와 수지 개선을 위한 특단의 비상 대응이 절실해 보인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일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48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이같은 추정 수치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무역적자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4년 이후 최대 규모가 된다.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주가는 폭락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지난달 30일 원/달러 환율은 1,430원에 달했다. 같은 날 코스피는 종가 기준 연저점인 2,155.49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요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며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과거와 같은 경제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을 소지가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아시아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일본과 중국의 통화 가치 하락 양상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당장 경제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는 건 섣부른 관측일 수 있겠다. 위기 조짐이 특정 국가나 지역에 한정돼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언제든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대내외적 악재가 산적해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주요 산업 등 부문에서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도모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해소해 가는 대응 조치에 일말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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