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닷컴, 유혈충돌 빈발 요르단강 서안에 '분쟁 경고문'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 지역은 분쟁 영향 지역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 지역 체류에 대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제공하는 여행 권고를 모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온라인 여행사인 부킹닷컴은 최근 분쟁 영향권에 있는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 및 팔레스타인 주민 거주 지역에 경고 문구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 서안 내 분쟁 지역을 검색하면, 숙소 목록 위쪽에 해당 지역이 분쟁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 제공하는 여행 권고를 모두 확인하라는 문구가 뜬다.
이번 조치는 최근 서안에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간 무력 충돌이 잦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3월부터 테러범 색출을 명목으로 서안의 주요 소도시와 마을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대원이나 주민들이 이스라엘군과 무력 대치하면서 거의 매일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과 동예루살렘에서 올해 들어 사살된 팔레스타인 주민 수는 100명을 넘어섰다.
부킹닷컴은 "여행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지역에 가려는 고객들이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서안 이외에 분쟁 관련 경고 문구가 표시되는 지역은 튀르키예군이 침공한 북부 키프로스, 조지아(그루지야)로부터 독립을 선포한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교전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등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부킹닷컴의 이번 조치를 반겼다. 애초 부킹닷컴이 서안 점령지 내 유대인 정착촌만을 경고 대상으로 지정하려 했지만, 결국엔 유대인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주민 거주지를 차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정책을 바꾼 부킹닷컴에 감사한다. 외무부와 관광부가 회사 측과 효과적인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반면, 현지 숙박업소 운영자들은 분쟁 위험 경고문구 표시 후 예약이 크게 줄었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담당 국장인 오마르 샤키르는 "부킹닷컴의 서안 사업 자체가 인권 침해다. 불법적인 (유대인) 정착촌 숙소의 중계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지난 2019년부터 서안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의 숙소를 예약 목록에서 빼기로 했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관련 소송을 진행하면서 약속을 뒤집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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