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도 잇속 챙기기?…의원의 주식보유·거래금지 입법 '좌초'
민주 지도부 "중간선거전 표결 불가" 발표…사실상 입법 물 건너가
일부 의원 반발 "지연전술로 상정도 안해…지도부 사심 탓에 묻혀"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에서 의원들의 주식 보유와 거래를 금지하기 위해 발의됐던 법안들이 본회의 상정도 못 한 채 결국 좌초했다.
30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주식거래 금지 법안을 이번 주 표결에 부치지 않겠다고 전날 밝혔다.
지난해 하원의 애비게일 스팬버거 민주당 의원과 침 로이 공화당 의원이 이 법안을 공동 발의하는 등 이미 다수의 관련 법안이 제출돼 많은 미국민으로부터 환영을 받았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이 폐기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미 의회는 이번 주를 끝으로 중간선거 체제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이번 의회의 회기가 마무리된다.
중간선거 이후 '레임덕 세션'이라고 불리는 회의가 소집되지만, 새로 구성될 의회를 앞두고 있어 긴급한 법안이 아닌 경우 거의 표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주 표결이 없다는 얘기는 법안 통과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은 2012년 제정된 '의회 지식에 관한 거래중지법'(STOCK)에 따라 의원이 보유한 주식을 공개하고,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사실상 주식 보유와 거래를 모두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이해 상충 등 일탈이 드러나면서 주식 거래와 보유를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일례로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이던 2020년 비공개 브리핑 직후 헬스케어 주식을 거래했고,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 전 방산업체와 석유기업 주식을 대량 매입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관련 법안이 속속 발의됐으며, 스팬 버거 의원 법안이 대표적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당초 이런 법안에 반대했다가 지난 2월 지지하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이달 초엔 이달 중 법안을 표결에 부칠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는 하원 행정위원회에 관련 정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행정위는 이번 주 초 새로운 법안을 내놨다. 새 법안엔 의원 및 배우자, 부양자녀, 의회 고위직, 대통령, 부통령, 연방판사, 연방대법관 등의 주식 거래 금지 내용이 담겼다.
이에 호이어 원내대표가 전날 새 법안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주중 표결 불가 의사를 밝히며 사실상 법안을 물거품으로 만든 것이다.
법안 상정이 사실상 좌초되자 스팬버거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는 하원 지도부의 실패를 뜻한다. 민주당에 새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원과 하원에서 의원 주식 거래 금지 조치를 위한 초당적인 추진력이 상당히 커졌는데도 하원 민주당 지도부가 이를 무시했다며 "당 지도부가 반복적으로 지연 전술로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자신을 비롯한 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대중 지지를 받는 법안 통과가 필요한데, 지도부의 '사심' 탓에 법안이 사장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펠로시 의장은 회견을 열어 "다른 사람들도 다 생각이 있다"며 하원 행정위 법안에 스팬버거 의원이 발의한 법안 내용이 다 담겨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스팬버거는 행정위 법안이 너무 광범위한데다 회기 종료를 앞두고 손볼 틈도 없이 나왔다며 당초 통과가 안 되도록 설계됐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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