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와 '트위터 인수' 비밀 대화 나눈 테크·코인 갑부들

입력 2022-10-01 05:49
머스크와 '트위터 인수' 비밀 대화 나눈 테크·코인 갑부들

머스크, 오라클·링크드인 창업자에 투자 권유…MS CEO와도 상의

트위터 인수 놓고 가상화폐 거래소 창업한 억만장자와도 접촉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문제를 놓고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 갑부, 가상화폐 억만장자 등과 주고 받았던 비밀 대화가 공개됐다.

기업 간 분쟁을 다루는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 법원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 인수 계약 파기 사건과 관련한 재판을 앞두고 트위터 측 변호사들이 증거 자료로 제출한 머스크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지난 4월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으나, 트위터가 가짜 계정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며 7월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이에 트위터는 계약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소송을 형평법 법원에 제기했다.

공개된 문자는 머스크가 인수 계약에서 돌연 손을 떼기 전인 지난 3∼6월 지인들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다.

이 기간 머스크는 트위터 지분 첫 취득, 트위터 이사회 합류와 번복, 적대적 인수합병(M&A) 제안, 인수 계약 성사와 투자자 모집 등의 현란한 행보를 보였다.



공개된 문자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 지분 투자를 공개하기 전인 3월 26일 트위터 전 CEO 잭 도시와 의견을 나눴다.

도시는 트위터가 광고에 의존하는 소셜미디어 회사가 아닌 오픈소스 프로토콜로 운영됐어야 했다며 회사를 만든 것이 본인의 '원죄'라고 토로했고, 머스크는 "트위터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공감을 표했다.

이어 머스크는 트위터 이사회에 합류했고 "트위터는 죽어가는가"라는 도발적인 트윗을 올리며 경영 개선을 촉구했다.

이 일로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가 항의 문자를 보내자, 머스크는 "이사회 합류는 시간 낭비"라고 쏘아붙인 뒤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돌아섰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인수 계약이 성사되자 머스크는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비즈니스 인맥 전문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의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에게 트위터 투자를 제안했다.

또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트위터 플랫폼의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머스크가 가상화폐 거래소 FTX를 창업한 코인 억만장자 샘 뱅크먼-프리드와도 접촉했던 것으로 보이는 문자도 공개됐다.

뱅크먼-프리드는 3월 자신의 고문을 통해 머스크에게 트위터 공동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다만 머스크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월가 은행 등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 변호인단은 머스크의 이런 문자 내용을 근거로 머스크가 인수 파기의 근거로 스팸 계정을 문제 삼은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트위터 측은 주식시장 침체로 트위터 인수 금액이 당초 계약액인 440억 달러보다 싸지자 머스크가 계약 번복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jamin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