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향한 공세…27년 전 아버지 범죄 전력까지 소환돼

입력 2022-09-30 23:54
멜로니 향한 공세…27년 전 아버지 범죄 전력까지 소환돼

유명 언론인 제브리얼 "멜로니 아버지, 악명 높은 마약 밀수꾼"

"선 넘었다" 역풍도…멜로니, 법적 대응 예고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의 극우 여성 정치인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는 선거 운동 기간, 좌파 진영에서 '여자 무솔리니'로 불리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인물'로 공격을 받았다.

지난 25일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우파 연합이 승리해 멜로니 대표가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 등극을 앞둔 상황에서도 공격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그의 아버지가 타깃이 됐다.

이탈리아의 유명 언론인이자 작가인 룰라 제브리얼은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스페인 언론 기사를 캡처한 뒤 "멜로니의 아버지는 악명 높은 마약 밀수꾼"이라고 적었다.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복수 국적자인 제브리얼이 캡처한 것은 스페인 마요르카 지역 일간 '디아리오 데 마요르카'의 28일자 기사다.

멜로니 대표의 아버지인 프란체스코가 1995년 스페인의 작은 섬 메노르카에서 인도 대마초인 하시시 1천500㎏을 배에 싣고 입항하다 세관에 적발돼 9년 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전 세계적으로 멜로니 대표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스페인 언론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아버지의 27년 전 범죄를 소환한 것이다.

제브리얼은 "멜로니는 아버지의 범죄와 무관하지만, 그는 몇몇 외국인의 범죄를 이용해 모든 이민자를 범죄자이자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며 "민주주의에선 개별적인 책임만이 있다. 집단에 책임을 돌리고 처벌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마약 밀수꾼 아버지를 둔 멜로니 대표가 과연 외국인 범죄를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는 뉘앙스다.

멜로니 대표는 지난달 22일 아프리카 이주민이 백인 여성을 성폭행하는 동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큰 논란을 빚었다.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피해자의 아픔을 활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제브리얼의 지적처럼 멜로니 대표는 일부 외국인의 범죄를 근거로 반이민 정책의 정당성을 증명하려고 했다.

이로 인해 비판받는 것은 멜로니의 '업보'지만 가족 개인의 문제로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좌파 진영에서도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도 성향 정당 '아치오네'(Azione·이탈리아어로 행동이라는 뜻)의 카를로 칼렌다 대표는 "이건 비열한 짓"이라며 "아버지의 범죄와 멜로니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멜로니 대표는 발끈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1살 때 아버지가 가정을 버린 사실은 모두가 안다"며 "나는 11살 때 아버지를 더는 찾지 않기로 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브리얼, 판사 앞에서 아버지의 범죄가 왜 내게 귀속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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