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강타하는 초강력 열대성 저기압…"배후에 기후변화"
"수온 상승 영향 허리케인 이언 강우 강도 10% 늘어"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州)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29일(현지시간) 대서양으로 빠져나간 뒤 다시 노스캐롤라이나를 향하고 있는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과 이달 6일 한반도를 강타한 슈퍼 태풍 '힌남노'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급격한 강화'(Rapid Intensification)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기상학적으로 '급격한 강화'는 24시간 내 최대 풍속이 15㎧ 이상 빨라지는 것을 말한다.
이언의 경우 애초 26일에는 시속 75마일(약 120㎞) 정도였으나 급격한 강화 과정을 거쳐 플로리다에 접근하던 26일에는 최고 시속 155마일(약 250km)의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발달했다.
결국 이언은 4등급 허리케인으로 분류됐다.
허리케인의 등급은 위력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뉘고, 숫자가 클수록 위력이 커진다.
워싱턴 포스트(WP)는 2017년이후 전례없이 많은 4등급 이상 초강력 허리케인들이 미국을 강타했다며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과학자들의 의견을 29일 소개했다.
스토니브룩대학 케빈 리드 교수 등도 기후변화로 허리케인 이언의 강우 강도가 10%가량 늘어났다는 예비 연구 보고서를 지난 28일 발표했다.
역대 5번째 강도의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기록된 이언은 기록적 폭우와 강풍으로 수십명의 사망자를 내고, 재산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플로리다 지역 전체에 12시간~24시간 동안 1피트(약 30㎝)의 비가 내린 것으로 관측된 가운데 일부 지역은 1천년에 한번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수준의 폭우가 쏟아졌다.
가령 플러시다에는 12시간 동안 15인치(약 38㎝), 레이크 웨일스에는 24시간 동안 16.99인치(45.15㎝)의 많은 비가 쏟아진 것으로 각각 기록됐다.
스토니브룩대학 연구진은 멕시코만의 수온이 이번주 평소보다 0.8도 높았고 이로 인해 이언의 강우량이 늘었다거 설명했다.
특히 이언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허리케인은 수온이 높아진 바다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허리케인이 발생해 지속되려면 바닷물 온도가 화씨 79도(섭씨 26.1도)이상 돼야 하는데, 온실 가스로 바다 수온이 빠르게 높아져왔고 이언이 쿠바를 지나서 만난 바다 표면 온도는 화씨 86도(섭씨 30도)에 육박했다고 WP는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최근 평가에서 열대성 저기압이 점점 더 강렬해지고 급격한 강화 과정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PNNL)의 카르틱 발라구루 연구원은 "기후변화의 가장 큰 우려 사항 중 하나는 극단의 변화"라고 말했다.
ev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