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전기·가스 요금 인상, 부작용 최소화 대책에 만전 기해야

입력 2022-09-30 16:14
[연합시론] 전기·가스 요금 인상, 부작용 최소화 대책에 만전 기해야



(서울=연합뉴스) 10월부터 전기·가스 요금이 크게 오른다. 한국전력은 30일 일반 가정용 전기요금을 1kWh(킬로와트시)당 2.5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기준 연료비 잔여 인상분 4.9원까지 합치면 전체 인상액은 1kWh당 7.4원이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평균 약 2천27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도 메가줄(MJ) 당 2.7원 인상됐다. 주택용의 경우 인상률은 15.9%, 서울시의 가구당 월평균 인상액은 5천400원가량이다. 통상 한 가구가 1년 동안 내야 하는 전기·가스 요금이 10만 원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에너지 공공요금까지 이처럼 큰 폭으로 오르면서 민생 불안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졌다. 전기·가스 요금은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거의 전 산업 부문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여타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도 매우 크다.

물가 비상에도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을 올린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은 상반기에만 14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전체로는 적자 규모가 무려 3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고착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빚을 내 가까스로 버티고 있으나 이마저도 한계에 봉착했다. 지난해 38조 원이었던 한전의 회사채 누적 발행액은 내년에 1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회사채 발행이 막히면서 채무 불이행으로 전력 거래 자체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지난 2분기 기준 미수금도 사상 최대인 5조1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으로, 미수금이 계속 누적되면 도입대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천연가스의 국제 현물가격은 지난해 1분기 100만BTU(열량 단위)당 10달러에서 지난 8월 55.2달러까지 폭등했고, 두바이유도 1년 전보다 40%가량 상승했다.

문제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전기요금이 독일의 2분의 1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보다 "훨씬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단계적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이다. 실제로 원유,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가격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또 한전이나 가스공사와 같은 공기업의 적자는 결국 세금으로 메꿀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합리적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국내 전체 전기 사용량 중 산업용의 비중은 절반이 넘는 55%지만 주택용은 15%에 불과하다. 공기업 적자를 보전하는데 많은 예산이 투입되면 낮은 전기 요금의 혜택은 대기업이 차지하고 그 부담은 일반 국민이 지는 결과가 된다. 시장경제의 원리 중 하나인 가격 신호를 작동시킨다는 차원에서도 요금 현실화는 불가피하다. 이런 점에 비춰 정부가 산업용 전기 요금을 더 높게 차등 인상하고 전 국민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동시에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물가 불안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에너지 취약 계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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