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도 안전벨트처럼 효과있다…다만, 단순해야한다"
OECD 29∼30일 국제재정포럼…"재정정책 전환 중요한 기로"
기재차관 "재정준칙 없는 OECD 회원국은 한국·튀르키예 뿐"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미국이 1966년 안전벨트 착용을 법으로 의무화하기 전 그 효과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있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결론은 명확했다. 안전벨트는 효과가 있다. 재정 준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부국장을 지낸 배리 앤더슨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한국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개최한 제10회 국제재정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앤더슨 전 부국장은 "재정준칙에 관한 논의는 오랜 기간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안전벨트의 효과만큼 단순하게 이야기할 수 없겠지만 많은 문헌과 자료를 보면 재정준칙이 효과가 있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국가마다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법제화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미국의 경우 진보와 보수 간 입장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경우도 비슷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이 만든 성장과안정협약(SGP)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원인은 지나치게 복잡했기 때문이라며 "재정준칙은 단순해야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 이후 재정 여건과 재정 준칙'을 주제로 열린 첫 번째 세션 발제자로 나선 마크 로빈슨 OECD 선임고문도 재정총량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 의료 보건, 장기 요양, 국방, 인프라와 연금에 장기적으로 정부 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 채무 수준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빈슨 고문은 "OECD도 재정준칙의 중요성을 거듭 이야기해왔다"며 "단순하게 채무를 관리하는 준칙에 그치는 게 아니라 총지출을 관리하기 위한 준칙으로서 세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상대 기재부 제2차관은 개회사에서 한국 정부가 재정준칙 법제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OECD 38개 회원국 중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그동안 재정당국을 중심으로 재정건전성을 지켜왔는데 당국 기조만으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어려워졌다"며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 중간에서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세계 각국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재정 상태가 굉장히 악화했다"며 "코로나19 끝자락에서 우리는 다시 건전 재정 기조로 돌려놓아야 하는 재정정책 전환기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재정정책은 우리가 필요로할 때 그 진가를 보여준다"며 "경제의 안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을 훗날 미래 세대가 필요한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일환 주OECD 한국대표부 대사는 "재정건전성 회복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재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해야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대사는 "모든 국가에 적용하는 하나의 재정준칙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각 국가의 금융 및 재정상황에 적합한 재정준칙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포럼에서는 'OECD 회원국의 친환경 예산과 탄소중립 목표의 미래', '재정여력 확보를 위한 정책 방안',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등을 논의했거나 논의할 예정이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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