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부담금 완화, 사업 숨통 트이나…제도폐지 목소리 여전
일단 긍정반응 속 법개정 등 곳곳 난관…시행 유보 요구도
집값 불안 가능성은 낮아…"금리공포로 규제완화에 시장 둔감"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정부가 29일 발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편안을 두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기준을 종전 3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과율 구간도 기존 2천만원 단위에서 7천만위 단위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재건축 부담금을 매기는 산정 개시 시점은 기존의 추진위원회 승인일에서 조합설립인가일로 변경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간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금액과 부과율 구간 등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가 시장에서 꾸준했다는 점, 일부 지자체는 재건축 부담금에 대한 법 개정을 고려해 부담금 고지를 미루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 정부 발표는 향후 시장 혼선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과도한 재건축 부담금 부과로 재건축 사업이 위축되거나 지연되는 부작용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서울 등 도심 주택공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꽉 막혀 있는 재건축 사업에 어느 정도 속도가 날 수 있다"며 "재건축을 통한 아파트 공급에도 일부 숨통이 트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기준을 1억원으로 높이면 지방과 수도권 외곽 등지에서는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단지들이 나오는 만큼, 일부 재건축 단지는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예정 부담금이 통보된 전국 84곳의 재건축 단지에 대해 개선안이 적용될 경우 38곳은 부담금이 면제되고, 지방은 32개 단지 중 21곳이 면제되는 등 부담금 내는 단지 수가 확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백준 J&K 도시정비 대표는 "그간 부담금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된 재건축 추진 단지 대부분에서 부담금이 절반 이하로 낮아지게 될 것"이라면서 "그간 강화 일변도였던 재건축 규제가 현실적으로 완화된 것은 현장에서 분명히 반길 일이고, 앞으로 사업 추진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정부 대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재건축 사업 활성화로 이어지기에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지방은 재건축 부담금 자체가 크지 않고, 재건축 물량도 서울 강남권이 핵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정부 대책은 비정상을 정상화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부과 기간을 추진위에서 조합 설립일로 바꾸는 것은 너무 당연한 조처"라면서 "현재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상 부과 개시 시점으로부터 부과 종료 시점까지 10년을 초과하면 부과 종료 시점으로부터 역산해 10년이 되는 날을 부과 개시 시점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어 조합설립일 이후 10년이 지난 단지는 개선 효과를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보유 중인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보유 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감면해 실수요자 부담이 완화됐지만, 다주택자나 감면 후에도 부담금 부과 금액이 1억원을 넘어서는 강남권 고가 아파트 밀집지에서는 여전히 부담금 완화 수위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함 랩장은 "최대 50%란 부과율은 사실상 양도소득세 최고세율 45%, 도시개발사업 개발부담금 최고 부과율 25%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고 이번 규제 완화에서는 제외됐다"면서 "재건축 사업 중간에 매입한 매수자의 경우 실제 실현 이익이 아닌 평가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문제도 있어 재건축부담금 부과율을 50%까지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복 서초구 반포현대 재건축(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조합장은 "최고 부과율 50%는 과도하고 25%로 낮춰야 한다"며 "부과 이익 산정에 기준이 되는 주택 가격 상승분 산정 기준 현실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제경 소장은 "1세대 1주택자 중 은퇴자나 소득이 없는 노인의 경우 부담금 100% 감면이 아니라면 그간 줄곧 제기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의미가 없다"면서 "이번 대책은 미실현 이익과 이중과세, 형평성 문제 등 재초환의 위헌 사항은 손보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특히 재초환 법률 개정은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해 실제 감면 수준은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제도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의 조합원들은 유예나 폐지를 희망하고 있어 국민 여론과의 기대 차가 있다"며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 등 국회 통과 여부가 가장 큰 변수"라고 진단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재건축 활성화로 이어질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지별로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고 물가 상승률 반영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며 "강남권은 감면율이 낮아 1세대 1가구 장기 보유 세대를 제외하고는 움직임이 미미할 것이고, 더욱이 법률 개정 사항이라 국회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등 곳곳에 난관이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사 관계자도 "서울 강남권은 조합 내에서도 1주택자와 다주택자가 나뉘며 사업 추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남권에서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대단지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3구역의 안중근 조합장(수도권재건축재개발조합연합회장)은 "기존보다는 많이 개선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궁극적으로 재초환이 미실현 이익에 대해 부담금을 징벌적으로 부과한다는 측면에서 폐지에 준하는 개선안이 나오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안 조합장은 "최근 경제 상황이 나쁘고 자잿값도 급등하는 추세인 만큼 연합회 차원에서 재초환 시행 유보를 건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조치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집값 불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함 랩장은 "주택 가격 하방 압력이 높고,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주택 매매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라면서 "재건축 부담금 완화가 집값 불안의 도화선으로 작용하거나 투기적 가수요 유입에 영향을 미치기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박 전문위원도 "지금은 '금리 공포' 국면으로 규제 완화나 호재에 시장이 둔감한 상황"이라며 "기대감으로 일부 재건축 단지의 호가가 상승할 수는 있으나 극적인 반전이나 지속적 상승 흐름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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