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전 공정위원장 "빅테크 자율규제 안돼…법·제도 필요"
자본시장연구원 '빅테크의 금융진출과 대응' 콘퍼런스
"금융회사와 동일기능-동일규제해야"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조성욱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29일 디지털 경제를 건전하게 성장하게 하기 위해 빅테크에 대한 자율규제가 아니라 국내 및 해외 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열린 개원 25주년 기념 '빅테크의 금융진출과 대응' 콘퍼런스에서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줄이고 거래의 안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같은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처럼 주장했다.
지난달 퇴임한 조 전 위원장은 임기 중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근거가 담긴 온플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온플법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타 부처와의 갈등 탓에 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플랫폼 규제는 자율규제로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
조 전 위원장은 "세계 각국은 디지털 경제 관련해서 한국보다 강력한 입법을 추진 중"이라며 "해외와 달리 우리에게 법·제도가 없으면 해외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제재할 수단이 없어 국내기업이나 소비자만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시장 또는 사업자를 위한 정책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디지털 경제의 번영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시장 진입이나 접근을 방해하는 기업의 경쟁 제한적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경쟁법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위원장은 자율규제에 대해서는 "법이나 제도 없이 시장의 기본 룰과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 간 자율규제가 협의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의 진입을 막는 진입장벽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공정거래 개선을 위한 자율규제 내용을 갑에 해당하는 기업이 준수할 유인이 작고, 갑의 자율규제 불이행에 대한 공적 제재도 어렵다"면서 "정부의 가이드라인 등을 통한 자율규제는 국내기업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국내기업이 역차별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빅테크의 금융진출과 관련해 공정경쟁과 금융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석훈·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은 빅테크의 특성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별도의 규제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빅테크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식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의 금융진출이 운영위험을 통해 타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고, 비시장성 자산 중개 확대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빅테크가 은행업, 보험업 등 금융업의 본질적 업무를 제공할 때 금융회사와 동일한 진입규제와 건전성 규제, 소비자보호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빅테크 계열 금융회사의 소유구조 제한을 금융지주회사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빅테크에 금융회사와 유사한 수준의 내부통제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금융시스템 안정과 소비자 보호라는 정책 대원칙은 굳건하고, 빅테크의 금융서비스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며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고, 균형감을 가지고 금융 혁신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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