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규모 훈련서 미세공격으로 전환?…"대만 사기저하 노려"
브랜즈 교수 "중국의 대만전략, 지정학적 미세공격으로 이동"
'회색지대 전술'로 확대…"대만 정부 무능 보여주는 게 목표"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대만을 겨냥해 고강도 압박에 나선 중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에서 군사적 미세공격(microaggression) 또는 '지정학적 미세공격'으로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8월 2∼3일)을 계기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개시했던 중국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정점으로 하는 대만 민진당 정권과 대만인들의 사기를 저하하려는 목적에서 태세 전환을 한다는 분석이다.
29일 대만의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할 브랜즈 교수는 28일 자 블룸버그 통신 기고문을 통해 중국이 대만 지도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대규모 훈련에 이어 군사적 미세공격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랜즈 교수는 존스홉킨스대학 고등국제학대학원(SAIS) 교수이자 미국 국무부 외교정책자문위원회인 외교정책위원회(Foreign Affairs Policy Board) 위원을 맡은 아시아·태평양 안보 문제 전문가다.
중국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섬을 포위하는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하고, 군용기를 연일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는 등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한 바 있다.
먼저 브랜즈 교수는 기고문에서 중국의 전략이 '지정학적 미세공격'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강압(coercion)을 평화와 전쟁 사이의 '회색지대(gray zone)' 전술로 확대(에스컬레이션)할 것 같다고 브랜즈 교수는 내다봤다.
브랜즈 교수는 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회색지대 전술로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으로의 인민해방군 군용기 진입, 인민해방군 함정의 대만 수역 침범, 대만 비행기와 선박의 나포 등을 꼽았다.
회색지대 전술은 안보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무력 대신에 간접적인 군사행동을 지속해서 취함으로써 특정 지역을 분쟁지대로 만드는 전술이다.
이 전술은 정규군이 아닌 민병대나 민간을 활용해 도발하는 전술을 지칭하기도 한다.
대만의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 군용기의 잇따른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의 ADIZ 침범을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만들려는 전술이자 특정 지역을 분쟁지대로 만들기 위한 회색지대 전술로 해석하고 있다.
브랜즈 교수는 중국의 '지정학적 미세공격' 목표에 대해 중국의 강압에 대한 대만 정부의 무능을 보여주려는, 심리적인 목표라고 지적했다.
대만 정부는 중국의 강압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에스컬레이션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반대로 중국의 강압에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무력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게 브랜즈 교수의 지적이다.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강압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의회와 대만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로 강력한 대응을 하거나 대만에 대한 무기 제공으로 조용한 대응을 하는 두 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브랜즈 교수는 주장했다.
브랜즈 교수에 따르면 대만의 관리들은 중국이 대만인들의 싸울 의지를 잘못 해석하지 않도록 하고, 대만 침공이 성공할 것으로 믿지 않게 만들기 위해선 (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국의 단호한 대응을 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 중국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들이라는 인상을 남기지 않고 실질적으로 대만을 강하게 만들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브랜즈 교수는 조언했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실시한 '차이나파워(ChinaPower) 프로젝트' 결과 조사 대상 전문가의 63%가 '중국이 10년 이내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조사 대상 전문가 전원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이나파워 프로젝트는 CSIS가 지난 8월 10일부터 9월 8일까지 중국 문제, 대만 문제, 양안 관계 전문가 6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jj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