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식해 뒤늦게 '태평양 챙기기' 나선 美…일부 도서국 반발도
첫 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에 정부·의회 총출동…"그간 소홀했다"
기후변화·해양안보 협력 방안 담은 태평양 전략 처음 공개 예정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도권을 두고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이 최근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태평양 도서국들에 뒤늦게 공을 들이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로 태평양도서국포럼(PIF) 회원국 정상들을 초청해 사상 첫 미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2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응, 경제회복, 해양안보, 환경보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발전 등 지역 현안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또 미국은 이런 현안을 다룰 세부 태평양 전략을 처음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이 전략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완한다.
정상회의 첫 일정으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날 국무부에서 도서국 정상들과 업무 오찬을 하고 인간을 중심에 둔 태평양 지역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오찬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협력해야만 우리 국민이 모두 직면한 이 시대의 최대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은 기후위기와 보건 비상사태에 대응하고, 경제 기회를 살리며, 국가의 규모가 크든 작든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도 도서국 정상들을 만날 계획이며, 저녁에는 해안경비대장이 만찬을 주최한다.
정상들은 29일에는 상공회의소에서 미국 기업들을 만나 관광, 여행, 에너지, 기술 분야 협력을 논의하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 주요 인사들과 오찬한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들을 만나 백악관 만찬까지 함께하는 등 미 행정부와 의회 고위급이 이틀 동안 태평양 도서국 정상들을 극진히 맞이하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기자간담회에서 "태평양 지도자들과 전에도 만난 적이 있지만 보통 하와이나 다른 곳에서 한 시간 정도 만났을 뿐"이라며 "이런 것을 해본 적이 없다"며 전례가 없는 각별한 예우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 이 정도로 신경 쓰는 이유는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인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태평양 도서국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서 중국이 도서국과 밀착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고위당국자는 그간 이 지역에 소홀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태평양에는 수십 년간 유엔 등 다양한 무대에서 우리와 함께한 여러 훌륭한 우방과 지지자, 동맹이 있으며 이들 국가는 미국이 지역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단번에 관계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29일 미국-태평양 파트너십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솔로몬제도가 현안에 대해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성명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른 PIF 회원국에 알렸다고 호주 ABC방송이 보도했다.
솔로몬제도는 지난 4월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해 미국 정부가 화들짝 놀라서 태평양 도서국에 다시 관심을 두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트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팔라우와 자유연합협정(Compact of Free Association)을 갱신하려고 협상 중이지만 마셜제도가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유엔 위임으로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던 이들 도서국은 1986년 미국과 외교관계를 규정한 자유연합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이들 섬나라에 군기지를 운영하고 안보 관련 결정에 관여하는 대가로 이들의 안보를 보장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마셜제도는 미국이 1946∼1958년 이곳에서 한 핵실험에 따른 보건·환경·경제 피해를 배상하기 전에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협상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낸 조셉 윤 특임 대사가 담당하고 있다.
고위당국자는 "콤팩트 협상을 담당하는 대사에게 새로운 권한과 능력을 부여했다"며 "(마셜제도와) 중요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