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비트코인 채굴, 가솔린·소고기 생산 수준 기후피해 유발"

입력 2022-09-30 16:02
[사이테크+] "비트코인 채굴, 가솔린·소고기 생산 수준 기후피해 유발"

미국 연구팀 "100원어치 채굴 시 35원 피해 발생…지속가능성 개선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TC) 채굴에 사용되는 막대한 에너지로 인한 기후피해 규모가 휘발유를 생산하는 정유산업이나 소고기를 생산하는 축산업과 맞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멕시코대 벤저민 존스 교수팀은 29일(현지시간)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서 2016∼2021년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에너지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이 일으키는 기후피해액과 비트코인의 시장 가치를 비교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2021년 12월 기준 시장 가치가 9천600억 달러로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41%를 차지하는 대표주자다. 비트코인 채굴에 많은 전력이 사용되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기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기후에 미치는 피해가 시간 흐름에 따라 커지는지, 기후 피해액이 비트코인 시장 가치를 능가하는지, 다른 산업 및 상품과 비교할 때 기후 피해액이 비트코인 시장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지 등 3가지 지속가능성 기준에 따라 비트코인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전력은 연간 75.4테라와트시(TWh)로 오스트리아(69.9TWh)나 포르투갈(48.4TWh)의 전력 사용량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기간에 6.4%에 해당하는 동안에는 비트코인 채굴로 발생한 환경비용이 비트코인 시장 가치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채굴로 창출한 비트코인 가치보다 전력 사용으로 인한 환경 피해가 더 컸다는 의미다.

비트코인 채굴 경쟁이 심화해 채굴에 드는 전력이 급증하면서 1비트코인당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2016년 0.9t에서 2021년 113t으로 126배나 증가했다.

2021년에 채굴된 1비트코인당 기후피해는 1만1천314달러에 달했으며, 2016∼2021년 비트코인 채굴 기후 피해액은 총 12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비트코인 채굴이 기후에 미치는 악영향은 소고기를 생산하는 축산업이나 원유에서 가솔린을 정제하는 정유산업과 맞먹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트코인 채굴의 기후피해액은 시장 가치의 35%로 소고기(33%)보다는 높았고 가솔린(41%), 천연가스(46%)보다는 낮았다. 금 채굴은 4%였다. 100원어치씩을 생산할 때 기후피해액이 비트코인은 35원, 소고기 33원, 가솔린 41원, 천연가스 46원, 금 채굴 4원이라는 의미다.

연구팀은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황금'이라고 말하지만 기후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 비트코인은 '디지털 원유'에 가깝다며 이 연구는 비트코인 채굴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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