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경기전망 5분기 연속 부정적…절반이 "목표실적 불가"
대한상의 경기전망지수 조사…조선·의료 뺀 전체업종 기준치 이하
가장 큰 경영리스크 '원가상승·원자재 수급'…중소기업은 금융부담 호소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국내 제조기업들이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상황 장기화와 복합위기 우려감 속에 5분기 연속으로 부정적인 경기전망을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2천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4분기 BSI가 81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BSI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직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국내 제조기업 BSI는 작년 4분기부터 기준치인 100 이하로, 5분기 연속으로 부정적인 경기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과 함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긴축정책이 맞물려 기업들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내수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소비마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조선·부품(103), 의료·정밀(102)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경기전망지수가 100을 넘지 못했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비금속광물(70) 업종의 경기 전망이 가장 부정적이었다. 공급망 차질에 고환율이 겹치면서 원가 부담이 심화한 영향이다.
조선·부품 업종은 지난 분기에 이은 수주 호황과 선박가격 상승, 의료·정밀 업종은 코로나19 특수 등 영향으로 4분기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기업이 비교적 많았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의 4분기 경기전망치는 69로, 중견·중소기업 전망치(82)보다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수출 주력업종인 반도체와 IT·전자, 철강, 화학업종들의 경기 전망이 모두 부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부품을 제조하는 대기업 영업담당 임원은 "수출 비중이 크다 보니 업황이 글로벌 경기와 연동되는 측면이 많다"면서 "4분기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주요국 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출 부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광주(102)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BSI가 기준치인 100 이하로 조사됐다. 광주의 경우 주요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실적 호조가 지역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한편 조사 대상 기업의 절반가량(49.8%)이 올해 목표로 했던 실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목표치를 달성하거나 근접할 것이라는 응답은 45.3%였고, 초과 달성할 것이라는 응답은 4.9%에 불과했다.
올해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영리스크로는 '원가 상승 및 원자재 수급 불안'(82.1%, 복수응답)이 가장 많이 꼽혔고, '환율 등 대외 경제지표 변동성 심화'(47.2%), '금리 인상 기조'(46.9%) 등이 거론됐다.
특히 주요 경영리스크로 '금리 인상 기조'를 꼽은 비율은 중소기업이 47.9%, 대기업이 37.2%로, 중소기업의 금융 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기한 만료 등 자금조달 어려움'을 주요 경영리스크로 택한 중소기업 비율은 14.2%로, 대기업 4.7%, 중견기업 6.4%와 두 배 이상 차이가 있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상황이 심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인건비, 재고비용까지 급등하는 이른바 '5고' 위기에 처해 있다"며 "건실한 기업들이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부 지원책을 촘촘히 마련하고, 금융·외환시장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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