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유혈진압 수단 영안실에 쌓이는 시신들…"1천500구 넘어"
정부 "감염병 우려 일괄 매장해야" vs 유족·의사단체 "학살 은폐…반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의 무력 진압으로 시위대에서 사상자가 속출했던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채 영안실에 쌓인 사체가 1천500구를 넘어섰다.
정부가 콜레라 등 감염병 발생을 우려하며 일괄 매장 필요성을 제기하자, 검안과 부검을 통해 사체의 신원과 사인을 밝히자고 주장해온 시위 주도 세력과 실종자 유족 등이 반발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수단 정부 의료담당 기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영안실에 안치된 시신이 1천500구를 넘어섰다며, 감염병 발병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기관의 대변인인 할리드 모하메드 할레드는 "어떤 영안실은 시장과 가까이 있어 지역사회에 콜레라 같은 감염병이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별적인 사체 검안과 부검에 반대한다며 공중의 안전을 위해 사체를 집단 매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안실에 처리되지 않은 사체가 쌓여가는 상황은 지난 5월에 현지 방송을 통해 처음 알려졌으며, 검찰은 지난달 부검 절차 없는 일괄 매장을 승인했다.
이런 검찰의 결정은 지난해 10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반군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했던 상황과 맞물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시위에 동조하는 의사단체와 실종자 유족들은 당국이 시위대를 학살한 증거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안과 부검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반군부 시위 사상자 발생 상황을 기록해온 수단 의사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가 동참하는 독립적이고 신뢰할만한 법의학팀이 꾸려져 실종자와 유족의 권리가 보호되고, 진실과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시신 매장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9년 민주화 시위에 이은 쿠데타로 오마르 알바시르의 30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린 뒤 수단 군부와 야권은 주권위원회를 구성해 선거와 민정 이양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군부는 지난해 10월 쿠데타를 일으켜 과도정부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권위원회를 해산하고, 과도 정부의 민간인을 대표하는 총리를 비롯한 각료와 주권위원회 민간인 위원도 구금했다.
군부는 이후 구금됐던 인사들을 풀어주는 한편, 민주화 세력과 권력을 분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화 세력은 군부가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며 시위를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수단 의사위원회는 이달 초까지 시위 과정에서 숨진 시민이 117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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