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국장에 G7 정상 불참…'조문외교' 활용 기시다 구상 퇴색

입력 2022-09-26 10:37
수정 2022-09-28 12:13
아베 국장에 G7 정상 불참…'조문외교' 활용 기시다 구상 퇴색

반대 여론 늘어나 국론 분열…일본 정부, 조기 게양 요청 보류

"집권당과 사전 조율 없이 국장 발표…과신이 역풍 키웠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국장(國葬)에 일본 외 주요 7개국(G7) 정상이 모두 불참할 전망이다.

일본 도쿄에선 국장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는 등 반대 여론이 높아져 국장은 통합이 아닌 분열을 낳고 있다.

◇ G7 정상 불참…힘 빠진 '조문 외교' 활용 구상

26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애초 국장 참석 의사를 밝혔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허리케인 피해 대응을 이유로 참석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뤼도 총리는 G7 정상 가운데 이번 국장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기로 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이로써 국장을 계기로 한 기시다 총리와 G7 정상과의 양자 회담은 물 건너갔다.

기시다 총리는 많은 외국 중요 인사가 일본에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베 전 총리가 길러온 외교적 유산을 우리나라가 확실하게 이어받고 발전시킨다는 의사를 안팎에 보여주고, 상대국이 우리나라에 표명한 경의에 제대로 응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G7 정상들의 불참으로 '조문 외교'를 활용하겠다는 기시다 정권의 구상에 힘이 빠지는 양상이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국장에 미국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보내고 영국은 제임스 클리버리 외무부 장관이 아시아 순방을 겸해 참석한다.

프랑스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독일은 크리스티안 불프 전 대통령, 이탈리아는 마리아 크리스티나 메사 대학·연구장관을 각각 파견한다.

G7 외 주요 외교 상대국에서는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 완강(萬鋼)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이 참석한다.

◇ 국장 반대 여론 높아져…"과신이 역풍 키웠다"

일본 내 국장 반대 여론은 한층 높아졌다.

일본 주요 통신·신문·방송사가 단독 혹은 제휴사 등과 함께 각각 실시한 8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달 파악된 국장 반대 여론은 올해 7월 말 혹은 8월보다 모두 높아졌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 TV도쿄가 실시한 조사의 경우 국장 반대 의견은 47%에서 60%로 13%포인트나 높아졌다.

법적인 근거가 불명확함에도 국장을 강행해 양심의 자유나 정교분리의 원칙 등 헌법을 위반한다는 논란도 만만치 않다.



결국 일본 정부는 조기 게양 등의 방식으로 조의를 표명하도록 관계 기관에 요청하는 방안을 각의에서 다루려다가 보류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과 집권 자민당의 유착 의혹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도 증폭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살해범이 '어머니가 가정연합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면서 아베 전 총리가 가정연합의 행사에 동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밝힌 것이 신호탄이었다.

자민당 의원들이 선거 때 가정연합 측의 도움을 받거나 이들과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고 유권자들은 자민당이 가정연합과 단절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장이 기시다 총리에게 정치적 악재가 된 것은 국정 운영 미숙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국장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표명하기 불과 1∼2시간 전에 자민당에 연락하는 등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과도 사전 조율을 하지 않았다고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정권 운영에 대한 확신에 차서 독단적인 결정을 했고 "정권의 과신(過信)이 국장에 대한 역풍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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