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자영업 다중채무자 올해 45%↑…평균 4.7억 빚더미
3곳 이상서 '영끌' 자영업자 41.5만명…증가속도 30세미만 1위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도 451만명…가계대출액 32%가 다중채무
한은 "금리 오르면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 중심 부실 위험"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민선희 김유아 기자 = 약 2년 반 동안 코로나19 충격을 빚(대출)으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한계를 맞고 있다.
이미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최대한 끌어써 더 빌릴 곳도 없는 자영업 '다중채무자'가 올해 들어 6개월 사이 45%나 급증했고, 이들의 평균 대출액도 거의 5억원에 이르렀다.
일반 가계 다중채무자도 451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예상보다 빠른 국내외 통화 긴축으로 대출금리가 계속 뛰면 이들 다중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결국 경제·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기업대출 자영업자 6개월새 17%↑…평균 대출 2억1천만원
25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개인사업자)가 전체 금융권에서 빌린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현재 약 688조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637조 원)보다 8.0% 많고, 1년 전인 지난해 6월(596조원)과 비교하면 15.6% 불었다.
나이스평가정보는 국내 수위의 신용평가기관으로,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한 대다수의 금융기관이 대출자의 동의 아래 이 업체에 대출자의 금융정보를 제공하거나 반대로 개인의 대출·연체 이력 등을 받아 신용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나이스평가정보의 통계에 전체 대출 현황이 대부분 반영된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기업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수도 작년 말 이후 6개월 사이 279만10명에서 325만327명으로 16.5% 늘었다.
6월 말 기준으로 기업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 1인당 대출액은 평균 2억1천175만원(688조원/325만327명) 수준이었다.
다만 자영업자들이 기업대출은 물론 주택 등을 담보로 가계대출도 많이 받아 쓴 만큼, 가계대출까지 포함한 실제 자영업자 전체 대출자 수와 대출 잔액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자영업 다중채무자, 30세미만·연소득 1천만원대에서 급증
더 심각한 문제는, 전체 자영업자 수나 대출액 증가 속도보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기업대출을 받은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와 대출액이 훨씬 더 빨리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과 금융권, 금융당국 등은 다중채무자를 금리 인상기에 부실 가능성이 가장 큰 대표적 '취약 채무자'로 분류·관리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현재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41만4천964명으로, 작년 말(28만6천839명)과 비교해 불과 6개월 사이 44.7%나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 다중채무자의 대출액도 162조원에서 195조원으로 20.3% 증가했다.
이에 따라 다중채무자는 인원수와 대출액을 기준으로 전체 자영업 대출 가운데 각 12.8%, 28.4%를 차지했다. 비중이 6개월 전(10.3%, 25.5%)보다 각 2.5%포인트(p), 2.9%포인트 늘었다.
자영업 대출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올해 6월 현재 4억6천992만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40대(40∼49세)가 13만5천874명으로 가장 많았다. 50대(13만3천357명)를 포함해 40∼50대가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작년 말 대비 증가율은 30세 미만(∼29세)이 59.2%로 가장 높았다.
대출자의 연 소득별로는 3천만원대와 4천만원대에 다중채무자 가운데 11만7천377명과 8만1천350명이 몰려있었다. 6개월 사이 다중채무자 증가 속도는 1천만원대(55.5%) 저소득 자영업자에서 가장 빨랐다.
◇ 가계대출액 32%도 다중채무…평균 대출 1억3천만원
금융권의 기업 대출이 아닌 가계 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약 1천875조원으로 6개월 전(2021년 12월·1천869조원)보다 0.3% 많았다. 대출자 수도 1천996만9천824명에서 1천998만6천763명으로 0.1% 로 늘었다.
작년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 1인당 대출액은 평균 9천382만원으로 파악됐다.
가계대출 다중채무자(451만3천298명)는 6개월새 1.8% 늘었지만, 이들의 대출액(598조원)은 0.2% 줄었다.
가계대출 다중채무자 1명은 평균 1억3천248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다중채무는 대출자 수와 대출액 기준으로 각 22.6%, 31.9%를 차지했다.
작년말(22.2%, 32.0%)와 비교해 다중채무자 수 비중은 0.4%포인트 커졌지만, 대출액은 0.1%포인트 축소됐다.
연령별로는 40대(140만4천761명)에, 연소득별로는 3천만원대(134만5천844명)에 다중채무자가 가장 많았다.
◇ "금리 오르면 저소득 자영업자·청년층 과다차입자 DSR·연체율↑"
한은은 지난 22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위험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한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 과다 차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금리가 0.50%포인트 오르고 금융지원까지 종료될 경우,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평균 2.0%포인트 높아진다. 특히 소득 하위 30%에 속하는 자영업자의 DSR은 평균 3.5%포인트나 뛸 것으로 우려됐다.
금리 인상에 따른 연체 가능성도 다중채무자 등 취약 자영업자가 비(非)취약 자영업자보다 월등히 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금리 상승이 가계대출 연체율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 취약차주와 청년층 과다 차입자의 연체율이 다른 차주보다 연체율이 더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고 덧붙였다.
윤창현 의원도 "다중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청년, 저소득층이 늘고 있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이런 취약 차주들의 고금리 대출을 재조정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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