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달러 실탄' 194조원 들고 엔저와 전쟁…"헛된 개입" 관측
24년 만에 엔 매수 개입…"달러 찍을 순 없다·군량미에 한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이 24년여 만에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 개입으로 엔저(엔화 약세)에 제동을 걸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엔화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단기 정책 금리는 -0.1%, 2년물 국채 금리는 -0.07%로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정책금리는 3∼3.25%, 2년물 국채 금리는 4.11%로 일본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45.90엔(일본은행 집계 기준)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일본은행과 일본 정부가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 개입을 하면서 140엔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튿날 런던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143엔대로 다시 올랐고 개입의 약발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JP모건은 "1990년대 후반 일본의 개입에서 얻은 교훈은 시장의 초기 반응이 가장 커지기 쉽다는 것"이라며 "이번에도 결국 헛된 개입으로 끝날 것"이라고 관측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이 엔저에 대응할 수 있는 '실탄' 보유량 문제도 있다.
일본 재무성이 공개한 '외화 준비 등의 상황' 통계를 보면 8월 말 기준 일본의 외화 준비고는 약 1조2천921억달러였다.
이 가운데 약 80.2%인 1조368억달러는 증권이다.
일본 정부가 액수를 밝히지는 않지만, 미국 재무부가 공개하는 각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과 '미국 국채가 외화 보유 대상으로 적절한 자산'이란 일본 정부의 인식 등에 비춰보면 증권 형태의 외화 준비고 대부분은 미국 국채라는 것이 금융계의 정설이다.
미일 관계의 특수성 등에 비춰보면 일본 정부가 미국 국채를 활용해 외환 개입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일본 당국이 외환 개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국제결제은행(BIS)이나 타국 중앙은행 등에 예치한 약 1천361억달러(약 193조7천억원)에 그친다.
이와 관련해 와타나베 히로시(渡邊博史) 전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24일 보도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달러를 찍는 것은 불가능하다. 군량미에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재무부 공보 담당자는 외환 개입에 관한 교도통신 등의 질의에 "우리는 일본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다"고 반응하는 등 미국 정부는 일본의 이번 개입을 용인했다.
하지만 주요국의 동참 없는 일본의 '나 홀로 엔화 매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일본의 단독개입인지, 미국 등과 합의해 함께 한 협조개입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 주요 신문은 단독개입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재닛 앨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자국 언론에 "외환 개입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협조개입이 아님을 시사했다.
앞서 일본은행과 일본 정부는 22일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는 외환 개입을 했으며 이런 방식의 개입은 1998년 6월 17일에 이어 약 24년 3개월 만이었다.
2011년 11월 4일에는 엔화 강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엔화를 팔아 달러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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