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법정까지 번진 게이머들의 집단행동…해결책은 어디에?
국회 '게임 소비자 권익 보호' 움직임…"업계 신뢰 쌓아야" 자정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게임사를 향한 게이머들의 집단적인 의사 표명이 온라인 세상을 넘어 거리로, 법정으로 나오고 있다.
게임 운영 과정에서 생긴 불만 사항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증폭돼 오프라인으로 터져 나오는 구도가 반복되면서 게임 업계가 소통과 이용자 보호 방안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잇따라 시위·소송 휘말린 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293490]가 국내에 서비스하는 경마 소재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들은 게임사 측의 부족한 이벤트 공지와 재화 지급에 항의하며 지난달부터 두 차례 마차 시위를 벌였다.
게이머들의 거듭된 요구에 카카오게임즈는 운영진과 유저 대표가 마주하는 간담회를 열고 문제점 개선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간담회가 끝나고는 조계현 대표가 사과문을 올리고, 담당 본부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이용자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재까지 게임에 쓴 금액을 돌려달라며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제기했다.
엔씨소프트[036570]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 이용자들도 게임사의 유튜버 프로모션(광고료 지급) 논란에 반발하며 소송을 예고했다.
게임 유튜버가 게임 방송 송출을 대가로 광고료를 받고, 이를 게임에 재투자하면 일반 유저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불공정한 구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슈를 공론화한 유튜버 '추노TV' A씨는 자신을 포함한 이용자 396명과 함께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유튜버 프로모션으로 입은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조만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임사를 상대로 각자 소송을 준비하던 우마무스메와 리니지2M 이용자들은 의견문을 내고 서로 연대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기까지 했다.
◇ 승소 가능성은 작아…제도 개선이 해답 될까
물론 소송을 건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실제 재판에서 승소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용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핵심 근거인 '이벤트 종료 전 서버 점검'의 경우 카카오게임즈가 서버 점검을 늦게나마 사전에 안내했고, 운영진이 간담회에서 밝혔듯 '접속자가 몰려 점검이 불가피했다'는 명분도 가지고 있다.
운영진이 이용자들의 문제 제기에 뒤늦게나마 보상 조치를 해왔던 사실, 환불이 받아들여지면 게임에 결제를 전혀 하지 않은 이용자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도 재판에서 카카오게임즈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게이머들도 사태를 계기로 제도적인 게임 소비자 보호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게이머들의 단체행동에 관심을 두는 모양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소셜미디어에서 우마무스메 사태를 언급하며 "현행법상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마땅찮다"며 "앞으로의 입법과 (법률) 개정을 통해 게임 이용자 보호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게임 이용자 보호 조항이 들어갔으나 국회 계류 중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이 빠르게 심사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우마무스메 간담회 직후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 글을 올려 "게임사가 이용자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별도 기구 없이 직접 소통한다면 매번 시위와 소송으로 문제를 거칠게 다룰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 대안으로 "게임사 내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며 "게임사와 이용자 모두 만족하는 민주적 소통 기구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 게임사 이미지 타격 불가피…"평소 소통 강화로 신뢰 쌓아야"
게임 이용자들의 집단행동이 격화될 경우 게임사로서는 심각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현재 별다른 고객 관련 이슈가 없는 게임사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우리가 서비스 중인 게임에서도 비슷한 이슈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부서마다 고민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게임사 관계자도 "게이머들이 소비자로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변화"라면서도 "소수의 '목소리 큰' 유저들의 의견이 마치 전체 이용자의 생각인 것처럼 왜곡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털어놨다.
고객들의 신뢰를 쌓기 위한 업계의 자정 노력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게임사들이 전반적으로 소홀히 해온 게임 품질보증(QA), 고객 응대 파트를 강화하고, 간담회 같은 게임 운영진 차원의 직접적인 소통 기회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는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데 치중한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BM(수익모델)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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