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홍수까지…파키스탄 총리 "채무 구제 없으면 큰 혼란"
블룸버그TV 인터뷰 "지원 없이 자립 불가…시간과 싸운다" 호소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최악의 경제난 속에 대홍수까지 겹친 자국의 상황을 언급하며 부자 국가에 채무 구제 지원을 요청했다.
샤리프 총리는 23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채무) 지급 유예를 위해 파리클럽의 유럽 지도자 등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우리가 이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파리클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심의 비공식 채권국 모임을 말한다.
그는 상당한 규모의 구제 지원 없이 어떻게 파키스탄의 자립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이는 그냥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무 구제가 없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all hell will break)이라고 우려했다.
샤리프 총리는 "파키스탄은 전염병과 다른 위험의 즉각적인 위협에 직면한 상태"라며 "우리는 시간과 싸우고 있으며 나는 우리 경제를 정상궤도로 돌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 부채가 많은 파키스탄의 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깊은 수렁에 빠졌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1억7천만달러(약 1조6천5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승인받았지만, 중앙은행 외환보유고는 86억달러(약 12조1천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한 달 치 수입대금을 겨우 결제할 수 있는 규모다.
와중에 최악의 몬순 우기 홍수가 덮치면서 국토의 3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겼고 약 1천600명이 숨졌다. 최근엔 물이 빠지면서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잠정 집계한 파키스탄의 홍수 피해 규모가 300억달러(약 42조3천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샤리프 총리는 세계은행(WB)과도 긴급 채무 구제에 관해 이야기했으며, 파리클럽에 이어 중국과도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중국에 300억달러 규모의 채무가 있으며 이는 파키스탄 대외 채무의 3분의1에 해당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경제난의 원인 중 하나로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관련 '채무의 늪'을 꼽는다.
파키스탄이 수익성 낮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벌이다가 천문학적인 빚을 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 다시 손을 벌린다는 것이다.
CPEC는 일대일로의 대표 사업 중 하나다.
다만, 파키스탄 정부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채무불이행(디폴트)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미프타 이스마일 재무부 장관은 지난 18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계속해서 신중한 결정을 한다면 채무불이행으로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세계은행 등으로부터 40억달러(약 5조6천억원)를 확보했고,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올해 회계연도(해마다 7월 시작)에 50억달러(약 7조원) 규모를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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