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또 참변…레바논발 이민 선박 침몰해 최소 53명 사망(종합)
"유럽 가던중"…탑승자 120∼150명 중 20명만 생존 확인
경제위기에 밀입국…지중해서 올해 1천300여명 사망·실종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오진송 기자 = 레바논에서 이민자를 태우고 출발한 배가 시리아 해안에서 침몰해 최소 53명이 숨졌다고 AP, 로이터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바논 교통부 장관은 지중해에서 전날 발생한 침몰 사고로 지금까지 53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난민선 탑승자의 대다수는 레바논과 시리아 출신이며 일부는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았다.
정확히 배에 몇 명이 탑승했고, 어디로 가던 중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시리아 교통부는 생존자의 말을 인용해, 이 배가 며칠 전 레바논 해안 도시 미니에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출발했으며 배에는 120∼150명의 서로 다른 국적자들이 탑승했다고 전했다.
시리아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생존자는 20여명이다.
시리아 해안 경비대는 전날 오후부터 본격적인 수색에 들어갔다.
AP 통신은 이번 침몰 사고가 레바논을 탈출해 유럽으로 가려는 불법 이주민들의 해상 사고 중 최악이라고 설명했다.
레바논은 2019년 이후 극심한 경제난 때문에 사회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거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급등 등까지 겹치면서, 인구의 75% 이상이 빈곤층으로 추락할 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외화 부족으로 주요 생활필수품 수입이 어려워지고, 연료난에 화력발전소 가동도 줄어들면서 국영 에너지업체의 전력 공급은 하루 2시간으로 제한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레바논 주민들과 현지 거주 시리아 난민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불법 난민선에 몸을 싣고 위험한 항해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4월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국적의 이민자를 태우고 이탈리아로 가던 배가 레바논 해군과 대치 끝에 레바논 서북부 트리폴리항에서 5㎞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침몰해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중해는 중동, 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전쟁과 같은 물리적 폭력을 피하거나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이민자들의 주요 통로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지중해와 아프리카 서북부 해역을 통해 유럽으로 이동한 이민자는 6만7천500명에 달하며 이중 1천32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고 집계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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