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43명 실종' 관련자 줄줄이 무죄…정부 "판사 고발" 반발

입력 2022-09-23 01:42
수정 2022-09-23 02:10
멕시코 '43명 실종' 관련자 줄줄이 무죄…정부 "판사 고발" 반발

피고인 40여명 120개 혐의에 면죄부…법원 "적법 조사 거치지 않아"

치안차관 "꼬투리 잡기 판결…정의 어긋난 판결 위한 구실일뿐" 비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국가적 범죄'로 규정된 2014년 대학생 43명 실종 사건과 관련해 멕시코 1심 법원이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관련자들에 대해 줄줄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정부 당국은 "정의에 어긋난 판결"이라고 반발하며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를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리카르도 메히아 멕시코 치안차관은 22일(현지시간) 대통령궁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요치나파 사건 피고인들이 계속 무죄를 받고 있다"며 "관련 판결을 한 사무엘 벤투라 라모스 판사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라모스 판사의 직무 집행 과정에 불법성은 없는지 수사를 요청하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타마울리파스주 마타모로스 지방법원 소속 라모스 판사는 8년 전 발생한 아요치나파 교대생 43명 실종 사건과 관련해 한 학생을 상대로 발포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게레로주 이괄라 전 경찰관 등 피고인 24명에 대해 전날 "(피고인들에 대한) 조사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 만큼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2014년 9월 26일 멕시코 게레로주 아요치나파 교대 학생들은 지역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기 위한 멕시코시티 집회에 참석하려고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이괄라 지역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았는데, 현장에 있던 43명은 이후 사라졌다.

사건 당일 한 학생은 경찰관이 쏜 총에 맞는 등 공격을 받아,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검찰은 지역 카르텔과 부패 경찰관의 공모 하에 벌어진 살인 사건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정부재조사위원회는 "정부 당국이 학생들을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며 이전 수사 결과가 은폐·조작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라모스 판사는 수사기관에서 적법한 절차로 피고인들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에서 제시한 증거 만으로는 24명의 혐의가 입증되지 못한다"라고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주에도 라모스 판사는 교대생들을 납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다른 경찰관 19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실종 지시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호세 루이스 아바르카 전 이괄라 시장에 대해서도 "죄가 없다"고 판결했다.

메히아 치안차관은 "해당 판사가 지금까지 120개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며 "우리가 봤을 때 법적으로 문제 될 것 없는 점을 반복적으로 꼬투리 잡고 있는데, 이는 정의에 어긋난 판결을 위한 구실"이라고 성토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강제 실종과 조직적 살인 등 다른 혐의로도 구금된 상태여서 즉각 석방되지는 않는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대해 모두 항소할 방침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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