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수술 때 충분히 설명 안 하면 수의사가 위자료 배상"
소비자분쟁조정위, 구개열 반려묘 사건 조정 결정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A씨의 반려묘는 2019년 11월 B 병원에서 0.4cm 정도의 구개열(선천적으로 입천장에 구멍이 난 질병)이 확인돼 수술을 받았다. 이후 병이 재발하자 같은 병원에서 네 차례 다시 수술을 받았다.
그러다 다시 병이 재발하자 A씨는 2021년 C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게 했다.
그러나 수술 전보다 구개열의 구멍이 더 커져 재수술이 필요한 상태가 되자 A씨는 C 병원에 상태 악화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C 동물병원 의료진은 수술동의서 작성 때 수술 이후에도 피판(이식을 위해 피하 구조에서 외과적으로 분리된, 혈관을 가진 피부나 다른 조직)의 허혈성 괴사, 조직손상 등으로 재발할 수 있음을 충분히 설명한 만큼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맡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는 동물병원 의료진에 대해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분쟁조정위는 'B 병원에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구개열의 크기가 커진 적은 없었던 만큼 수술 후 크기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만약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면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A씨의 주장을 인정해 이같이 결정했다.
위원회는 "일반적으로 의사는 수술 및 시술, 그리고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 행위를 하는 경우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과 예상되는 위험 등에 대해 설명해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이어 "동물에 대한 의료행위도 동물 소유자의 자기결정권이 인정돼야 함과 동시에 의료진이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는 증명을 하지 못한 경우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위자료 배상을 결정했다는 점에 이번 조정 결정의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7월5일부터 시행된 개정 '수의사법'에 따르면 수의사는 수술 등 중대 진료 전에 동물 소유자나 관리자에게 진단명, 중대 진료의 필요성과 방법·내용, 발생 가능한 후유증 또는 부작용, 소유자 준수 사항을 설명한 뒤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30만원이 부과되며 2차, 3차 위반 때는 각각 60만원, 9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위원회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수의 서비스 관련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동물병원에는 치료 전에 내용을 상세히 설명할 것을, 소비자에게는 치료 여부를 신중히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에 설치된 기구다. 소비자와 사업자가 조정 결정을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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