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신부값' 안돼"…중국, 결혼지참금 규제 캠페인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지난 2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결혼식장에 도착한 신부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신랑 측과 실랑이를 벌인 일이 논란이 됐다.
신부가 하차하지 않은 이유는 결혼지참금이 입금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신부는 약속한 돈이 입금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차에서 내려 결혼식장으로 들어갔고, 급하게 돈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한 신랑 아버지는 눈물을 흘렸다.
신랑 측이 결혼을 위해 신부 가족에게 보낸 지참금과 예물은 모두 50만 위안(약 9천90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문으로 '신부값'(bride price)으로 번역되는 '차이리'(彩禮·결혼지참금)는 신랑이 신부 가족에게 줘야 하는 돈이다. 중국의 오랜 관습이지만, 신부 측의 과도한 요구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웨이보에는 한 20대 여성이 남성 두 명에게 끌려가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조사 결과 남성들은 여성의 가족이었다.
딸의 남자친구가 차이리 50만 위안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딸을 끌고 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이런 차이리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당국이 고가의 차이리를 규제하자며 캠페인에 나섰다.
농업농촌부와 중국공산당 조직부 등 8개 부서는 최근 낡은 관습을 타파해야 한다며 '고가의 결혼지참금 등 농촌풍속 개혁 업무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공무원들에게 농촌 마을의 현황을 파악하고 과도한 차이리를 받지 못하도록 관리하라고 규정했다.
또 마을의 규약을 개정해 결혼과 장례 등 각종 경조사에서 낭비를 막으라고도 했다.
이 캠페인은 내년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당국이 결혼지참금 규제에 나선 것은 차이리로 인한 사회문제뿐만 아니라 인구감소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농촌 마을의 차이리는 통상 10만∼20만 위안(약 1천900만∼3천800만 원)으로 한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여기에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농촌에서 여성이 부족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차이리가 올라 결혼하지 못하는 총각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764만여 쌍이 결혼해 3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800만 쌍을 밑돈 건 2002년(786만 쌍)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결혼 인구 감소는 출생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중국 전체 인구로 감소로 연결된다며 결혼과 출산에 장애가 되는 낡은 관습을 철폐하고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