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업체 주문 중단에…北노동자 고용한 중국 의류업체들 '곤경'
단둥·훈춘·투먼 수만명 고용…국경봉쇄로 송환 못 해 '진퇴양난'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 이후 서방 의류업체들이 거래를 중단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중국의 의류 임가공업체들이 곤경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서방 거래처들이 최근 들어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중국 의류 임가공업체들에 신규 주문을 주지 않고 있다.
한 소식통은 "규모가 크고 관시(關係·특수 관계)가 있는 업체들은 중국 내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그럴 능력이 없는 영세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노동자들은 공장 내 기숙사에서 집단생활을 한다"며 "일감은 없는데 숙식은 계속 제공해야 해서 운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북한 노동자의 한 달 급여는 2천500위안(약 49만원) 안팎으로 중국인의 절반 수준이지만, 기술이 좋은 데다 이탈 염려가 없어 중국 업체들은 북한 노동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업체들은 북중 교역거점인 단둥과 훈춘, 투먼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 기업은 국경 봉쇄로 북한 노동자들을 돌려보낼 수도 없어 진퇴양난의 처지라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미국이 중국 업체 리닝을 제재한 뒤 유럽 등지의 서방 업체들이 북한 노동자 고용 업체들과의 거래를 기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 3월 중국의 대표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 '리닝'에 대해 "공급망에서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미국 내 모든 항구에서 리닝이 생산한 제품을 압류한다고 밝혔다.
CBP는 당시 "CAATSA(제재를 통한 미국의 적대세력 대응법)는 강제적인 노동으로 생산하지 않았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세계 어디서든 북한 국적자가 생산에 관여한 제품의 미국 반입을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성 지린성을 중심으로 8만∼10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외화벌이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기술(IT) 분야와 식당, 수산가공업체 등에도 있지만, 대다수는 의류 임가공업체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의 고용 규모는 보통 수백 명 수준이지만, 규모가 큰 곳은 2천∼3천 명을 고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노동자 고용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위반하는 것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2017년 12월 채택된 이 결의는 회원국이 2019년 12월 22일까지 북한 노동자들을 전원 북으로 송환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2019년 말 우한 사태를 시작으로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북한이 2020년 초 국경을 봉쇄하면서 중국의 북한 노동자 송환도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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