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까지 모집했던 러시아, 심각한 병력난에 결국 동원령

입력 2022-09-21 19:01
죄수까지 모집했던 러시아, 심각한 병력난에 결국 동원령

"6개월 뒤 살아 돌아오면 돈 주고 남은 형기 무관하게 석방"

탈영·군기 위반 처벌 강화 법안도 마련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에서 철수하자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동원령 발동을 꺼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인 유리 코테에녹은 "우리는 러시아 국가의 거대한 능력을 활용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다"며 "이렇게 어중간하게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는 전쟁과 승리를 위해 군 동원령을 내려야 한다"며 "마지막 한 명까지 동원해 이 전쟁에서 이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텔레그램에서 240만 구독자를 보유한 전쟁 블로거 유리 포도랴카는 "우리는 솔직해야 한다. 우리는 전투에서 패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동원령 발동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부분 동원령을 발동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점령지를 잇달아 잃는 등 열세에 몰렸다. 푸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친정부 성향 군사 블로거들도 러시아군의 무능함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안팎으로 수세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전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태도를 바꿔 동원령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러시아군의 심각한 병력 손실을 방증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러시아는 지난 3월 25일 군인 1천351명이 전사했고, 3천825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날은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전사자가 5천397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약 7만∼8만 명의 러시아 군인이 숨지거나 부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 없는 전쟁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당국은 군사적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죄수까지 모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9일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이 유죄판결을 받은 흉악범 1천500명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내보내기 위해 모집하고 있으나 대부분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와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교도소 운동장에서 죄수들을 상대로 직접 용병 모집에 나선 영상까지 유출됐다.

처음에는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죄수만을 모았지만 최근 들어선 경력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감자는 "그들은 살인범을 원한다"고 증언했다.

러시아의 죄수 용병 모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자 자국 죄수를 대상으로 최전선에 투입될 용병을 뽑아왔다.

6개월 뒤 살아 돌아오면 돈을 지급하고 남은 형량과 상관없이 석방될 것이라며 당근책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8월 9일 와그너 그룹이 러시아 내 17개 교도소를 돌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보낼 병력을 모집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최근 탈영병과 명령 불복종 등 군기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러시아군이 사기 저하 및 탈영 등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서방의 보도를 뒷받침한 행보였다.

주요 외신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고 병력 부족이 심각해지자 군 동원령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푸틴이 내린 동원령은 전쟁이 러시아의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예견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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