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반러전선 vs 푸틴, 군동원령 '선전포고'…강대강 전운 고조
주요국, 유엔총회서 "제국주의 회귀" 맹폭…러 "예비군 30만명 합류" 맞불
전쟁 전환점 될지 주목…우크라는 "예견했던 수순" 반응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막한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서방 주요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일제히 맹비난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동안 발령하지 않겠다고 했던 '동원령'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었다.
서방의 지원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에 하르키우주를 잃는 등 수세에 몰렸던 러시아가 서방을 향해 사실상 '선전포고'에 가까운 결정을 내리면서 강대강 대치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러시아의 병력 증강이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일반토의에서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워온 자유 진영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켜 세계가 제국주의 시절로 돌아갔다고 규탄하면서 러시아에 전쟁을 멈추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제국주의와 식민 시대의 복귀를 목격했다"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침략과 영토 병합 행위를 통해 우리의 집단 안보를 깨뜨렸다"고 비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제국주의 귀환은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평화 질서 전체에 대한 재앙"이라며 "그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자신의 나라까지 파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과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핀란드 정상도 "잔혹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침공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거나 "정당한 이유 없는 불법적인 전쟁"이라고 말하며 러시아 때리기에 가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러시아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오늘날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의 철학과 원칙을 짓밟는 행위로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영국 외무부 장관을 별도로 만나 푸틴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유엔을 무시하면서 확전과 영토 확장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쏟아지는 비난에 푸틴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는 대신 서방이 우려해 온 '동원령'을 발령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그는 21일 러시아 주권과 통합성 보호를 위해 '부분적 동원'을 추진하자는 국방부와 총참모부의 제안을 지지한다면서 "러시아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국방부는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기존 군 병력은 대략 100만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주요국 인사들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 발언도 문제 삼아 "러시아가 다양한 파괴 수단을 갖고 있음을 일깨우고 싶다"며 "러시아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 이는 허풍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또 서방이 강력히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점령지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드러내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발표가 '예견했던 수순'이라며 오히려 전쟁이 러시아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푸틴은 정당하지 않은 전쟁과 악화하고 있는 자국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서방에 전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대응에 동조하면서 연대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브리지트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는 "엉터리 주민투표와 동원령 발동은 러시아의 나약함과 실패를 의미하는 신호"라며 "미국은 언제까지나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도 러시아의 조치에 대해 "매우 우려되는 잘못된 행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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