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스펠드 "통화스와프 외환시장에 도움…한미 간 체결엔 회의적"
"원화 실질환율, 역사적으로 강한 수준…외환당국 개입 효과엔 의문"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대 교수가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21일 밝혔다.
옵스펠드 교수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 참석차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통화스와프 추진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통화스와프를 폭넓게 가져가는 것이 낮은 비용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고 외환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방식이라고 주장해왔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도 더 여러 국가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도 그러한 국가가 되기에 좋은 후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자 우방국인 점을 고려하면 그러한 통화스와프가 체결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지금 당장 미국 연준이 한국과만 추가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세계 금융시장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통화스와프 움직임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선제 대응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데 대해서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국만이 아니라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다"며 "원화가 약화한다기보다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가 강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국제결제은행(BIS) 데이터를 보면 교역 상대국들 대비 한국 원화의 실질 환율 수준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놓고 볼 때 중간 수준"이라며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나 수출 등을 봤을 때는 역사적으로 원화가 약한 수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질 환율이 교역 상대국의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해 명목 환율을 조정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본유출의 리스크는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가계부채가 많지만 그 외에 경제적으로 커다란 취약점은 특별히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다만 "현재 정부 당국이 외환시장에 대해서 직간접적으로 개입을 하는 게 시장 참여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며 "외환보유고를 다른 목적을 위해서 유지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부채 부실화 위험과 관련해서는 "금리가 극도로 높게 인상될 경우 가계부채의 미칠 악영향이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도 "원만한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가계부채가 많아 오히려 가계가 소비를 더 빨리 줄이게 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빨리 잡히면서 큰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자리를 잡게 되면 가계와 기업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고 이것이 경제와 소득 불평등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을 활용해서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모리스 옵스펠드 교수는 1979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얻은 뒤 거시경제를 주로 연구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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