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개도국에 '기후피해' 보상"…선진국 첫 구체적 약속

입력 2022-09-21 10:31
덴마크 "개도국에 '기후피해' 보상"…선진국 첫 구체적 약속

사헬 등 기후변화 취약지역에 1천300만달러 지원

"심각한 불공정…최빈국이 가장 책임없는 위기에 고통"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기후변화에 역사적 책임이 큰 선진국에서 책임이 거의 없지만 더 큰 피해를 보는 개발도상국에 금전 보상을 하겠다는 구체적 약속이 처음으로 나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플레밍 묄러 모르텐센 덴마크 개발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부대행사에 참석해 기후변화로 손실을 겪는 개발도상국에 1천300만 달러(약 180억원)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모르텐센 장관은 2022년 자국 예산법에 따라 배정된 이 기후기금을 아프리카 서북부 사헬을 비롯한 취약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에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기후변화 취약지에 대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을 실질적으로 제시한 국가가 덴마크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6)에서 100만 파운드(약 15억원) 투자를 약속한 적이 있으나 이는 선진국 참여를 촉구하는 상징적 조치였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용어인 '손실과 피해'는 인간 활동으로 촉발된 지구 온난화 때문에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과 극단 기상 등 인간이 적응할 수 없는 수준의 기후변화 악영향을 말한다.

손실과 피해를 둘러싼 대책은 일찌감치 협약 채택 때부터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였으나 개도국 보상은 선진국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구체화하지 않았다.

모르텐센 장관은 "대단히 기쁘다"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이 자신들이 가장 작게 기여한 기후변화 때문에 가장 크게 고통받아야 한다는 점은 심각한 불공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산업화가 시작된 1751년부터 2017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과반은 선진국들이 차지한다.

미국이 25%로 최다이고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영국(22%), 중국(12.7%), 러시아(6%), 일본(4%), 인도(3%), 캐나다(2%) 등이 뒤를 따른다.

유엔개발기구(UNDP) 등에 따르면 현재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는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순으로 나타났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의 이달 16일 보고서에 따르면 소말리아, 아이티, 아프가니스탄, 부르키나파소 등 기후변화 10대 피해국의 탄소배출량은 전체의 0.13%에 불과하다.

국토가 잠길 위기에 몰린 태평양 섬나라 등은 올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7)에서 손실과 피해에 대처할 자금조달 기구를 추진한다.

그러나 미국과 EU 회원국을 비롯해 역사적 책임과 현재 책임이 큰 부국들은 이번에도 별도 기구 설립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집트의 유엔 고위급 기후 옹호관인 마흐무드 모히엘딘은 기후 위기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식량난, 에너지난 탓에 여건이 변했다며 기후기금의 구조를 다시 짜겠다고 COP 27의 목표를 제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화석연료 기업들이 얻은 폭리에 세금에 걷어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에 고통받는 국가들에 보상하라고 이날 부국들에 촉구하기도 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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